여기 이상한 검사가 있다. 한정판 명품구두에 명품백으로 치장한 요란한 패션. 건설사 사장인 부자아빠 덕에 외제차로 출퇴근. 점심 한끼 먹자는게 일식정찬 뷔페. “야근은 공무원법에 없다”면서 칼퇴근하는 배짱까지. SBS ‘검사 프린세스’ 속 마혜리 검사는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외모. 학력. 집안. 직업까지 어디하나 빠지는게 없는데. 뇌와 심장이 텅 비어 있다. 어딜가나 ‘왕따’를 면하기 힘들 것같은 그가 그런데. 서서히 시청자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오고 있다.
드라마는 마혜리를 통해 직업의 의미도 목표도 모른 채 사회로 나서는. 머리좋고 착한 아이들의 인생행로를 보여주고 있다. 지능만큼 인성이 빼어난 경우라면 사회의 동량으로 자라겠지만. 단 한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부딪혀본 적이 없는 ‘무늬만 성인’인 경우라면 어떨까. 마혜리처럼 ‘외계인’ 취급을 받다가 문밖으로 튕겨져나가게 될 것이다. 직장은 ‘오냐오냐’하는 부모가 아니며. 두번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곧장 레드카드를 보낸다. 마혜리는 권위적인 직장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많은 신세대 직장인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들을 보는 시선을 조금 바꾼다. 왕따로 몰아가는 쪽이 아니라. 왕따인 마혜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마혜리의 실상은 말 잘듣고 착한 강남 아이에 불과하다. 아버지 호령 앞에서는 아직도 쩔쩔매고. 학교며 직업이며 심지어 결혼까지도 무조건 “알겠어요”하는 ‘어른 아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평생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게 틀릴 수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마혜리를 통해 소현경 작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적지상주의와 출세만능주의를 조용히 두드리고 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