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이은미(44)는 올해로 21년 째 소리 위를 맨발로 걷고 있다. 그에게 맨발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첫 레코딩 작업을 할 때 모든 잡음을 제거할 욕심으로 맨발로 녹음한 이후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을 버려야겠다. 과욕을 버리고 편안하게 내 음악을. 영혼을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맨발로 열정적인 라이브 공연을 펼쳤기에 팬들은 그에게 ‘맨발의 디바’라는 애칭을 선사했다.



“앨범을 내면서 당시 유행하는 대중의 취향. 트렌드에 좇으려 하지 않았어요. 항상 나의 음악적 취향과 다양한 장르를 선물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맨발’은 뮤지션으로서 그의 음악적 행보와 맞닿아 있다.

히트곡 ‘애인 있어요’로 팬층의 폭과 깊이를 더한 이은미는 최근 앨범 ‘소리를 걷다2’의 타이틀곡 ‘죄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데뷔 20주년이던 지난해 음반을 내면서 그동안 음악가 이은미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내가 팬들에게 ‘조금 불친절하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고민 속에서 나온 앨범이 ‘소리를 걷다1’이고 이번 앨범도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지요. 팬들은 나에게 약간 슬픈 발라드를 원하시더라고요. ‘죄인’이 그런 노래예요.”

지난해 4월부터 그는 ‘소리를 걷다’ 공연을 하고 있다. 전국의 중소 도시와 미국 LA. 밴쿠버. 애틀란타 등에서 공연했으며 올 들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총 42개 도시에서 80여 차례 무대에 올랐다. 오는 12월 말까지 중국 베이징. 호주.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 해외를 포함해 전국의 30여 개 도시 공연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공연은 소리로 감동을 줘야 해요. 가수로서 늘 소리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면서 살고 있죠. 그래서 7년 전부터 좋은 사운드가 보장되지 않는 대형 체육관이나 호텔 컨벤션 등에선 공연 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괜찮은 사운드를 보장하는 전국의 140여 개 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지방 팬들과 소통하고 있지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은미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자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결혼에 대해서는 “저희 어머니도 묻지 않는 말인데….(웃음) 미술가. 음악가 등 예술을 하는 사람은 외로움으로 빚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야 내가 원하는 보컬을 80% 가량 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오래된 첼로 같은 소리말이죠. 그래서 나는 나이 먹는 게 좋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리에 점점 근접해가니까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공연은 마약 이상의 중독성을 지녔다. “1992년 말부터 지금까지 800회 이상 공연했는데 무대에서 시공간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에서 오는 희열을 딱 다섯 번 겪어봤어요. 뮤지션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내가 무대에서 전하고 싶은 음악을 있는 그대로 100% 받아들이는 관객이 5명만 있다면 원이 없겠어요.”

김용습기자 snoopy@sportseeoul.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