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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 드라마를 찍어야 하는 연기자들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덥다고 촬영을 그만둘 수는 없는 법. 어떻게 해서든지 ‘태양을 피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요즘 촬영장에서 사는 연기자들에게 땡볕에 대처하는 비결을 들어봤다.

◇‘그늘을 만들어라.’

대부분 연기자는 차량에 대형 우산을 한 두개쯤 휴대하고 다닌다. 특히 매니저들은 우산을 든 채 배우들이 연기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해수욕장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파라솔을 애용하는 연기자도 있다. 오는 9월 말 방영 예정인 KBS2 새 드라마 ‘도망자’의 촬영장에서 가수 겸 연기자 비가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서 쉬는 모습이 담긴 스틸 컷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기자들에게 부채는 고전적인 휴대품이다. 최근에는 이동식 소형 선풍기가 필수품이다.

◇‘아이스’(Ice)는 내 친구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무더위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다. 거의 모든 촬영장에는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스테인리스 물통이 있고. 안에는 얼음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물통은 연기자들에게 더위로 흘린 수분을 수시로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망자’에 출연 중인 이정진은 얼음 주머니를 이마에 올리는 방법으로 더위를 쫓고 있기도 하다.

땡볕 더위에 사극 촬영은 아주 힘들다. 온몸을 꽁꽁 감싸는 한복 차림에 가채 혹은 수염 등으로 분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MBC 월화 드라마 ‘동이’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한효주는 아이스팩을 허리에 둘둘 감은 다음에 한복을 입는 비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복은 몸에 달라붙지 않고 풍성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데다 시원한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여름철 촬영장에서 단골 간식은 아이스크림과 수박이다. MBC 특별기획 드라마 ‘김수로’의 서지혜는 “더운 날 촬영에 아이스크림 만한 ‘효자’가 없다”고 말했다.

◇보양식으로 이열치열

보양식은 더위에 지친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가장 환영을 받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SBS 드라마 ‘자이언트’의 배우 이범수는 스태프를 위해 닭을 준비했다. 다음달 11일 첫 방송하는 SBS 수목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주인공 이승기도 최근 팬들이 싸온 삼계탕을 동료 연기자 및 스태프와 나눠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그런가 하면 ‘자이언트’의 박진희는 집 마당에서 직접 키운 토마토. 오이 등 무공해 채소를 가져와 스태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배우는 연기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더위를 쫓는 최고의 비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범수는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연기에 빠져들어야 하는 것이 배우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사랑을 받는다면 폭염이나 열대야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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