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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청률 45%. 향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남긴 KBS2‘제빵왕 김탁구(이하 제빵왕)’의 종방연이 열린 지난 16일. 김탁구의 창조자 강은경 작가는 “드라마 제작과정 전체가 김탁구처럼 기구했다”는 소감을 밝혔고. 연출의 이정섭 PD는 “드라마가 방송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말을 잇지못했다. 주인공 윤시윤(24)은 “이렇게 작은 저를 믿고. 세워주셔서 감사하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5개월여동안 청주와 평택을 오가며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윤시윤을 가을의 문턱에서 만났다. “이제 빵은 지긋지긋하죠?”라는 질문에 “아니요. 그리워요”라며 웃는 눈이 참 맑다. 잘 숙성된 반죽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배우 윤시윤과의 만남을 공개한다.

윤시윤


◇눈물-김탁구를 키운 건 눈물젖은 빵

올초까지만 해도 윤시윤을 수식하는 단어는 ‘제2의 정일우’나 ‘준혁학생’이었다. 아직 샛별인 그가 30부작 드라마의 타이틀롤로 낙점됐을때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첫 주연작을 받아든 그의 어깨는 제작초기부터 천근만근이었다. “첫 촬영하던 날. 굉장히 더운 날이었는데 전날까지 대본이 안 외워졌어요. 아역에서 넘어가는 6회는 대사가 고작 3~4마디밖에 안 되는데도 그렇더라구요. 청주까지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머리가 멍하고 정말 사형선고같았어요.”

드라마가 제대로 제작될지 알수 없던 나날동안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감이 불러온 결과였다. 스스로 봐도 엉망이었던 첫 촬영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인 그를 이PD는 오히려 격려했다고 했다. “감독님이 ‘내가 원하는 그림은 다 나왔어. 걱정하지마’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자’하는 생각으로 촬영을 이어갔어요.” 중견배우들도 고개를 흔들정도로 혹독했던 촬영은 그제서야 시작이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밥을 먹으러 가면 탁구 방에 앉아서 혼자 참 많이 울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렇게 수십. 수백번 스스로를 깨뜨려가며 만든 김탁구는 서서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플에 상처입지않으려고 휴대폰과 인터넷을 끊었던 그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이었다. “저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멋부리지 말고. 거짓말하지 않고. 진심으로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걸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스승-나를 발견한 김병욱. 나를 단련한 이정섭

소년처럼 풋풋한 얼굴에 순박한 성품. 연예인 특유의 끼가 없어보이는 그가 배우의 꿈을 꾼건 언제부터일까. “부모님이 젊은 시절 두분 다 연기자가 꿈이셨대요. 부모님의 바람이 자연스레 대물림된 것 같긴한데. 저도 아주 꼬마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중학교때 상경해 연기자의 꿈을 안고 경기대 연기학과에 입학했다. 데뷔는 2008년 가수 김동률의 ‘고독한 항해’뮤직비디오였다. 수심 5m 물 속을 유영하던 하얀 얼굴의 그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였다.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준혁학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올해 이정섭 PD를 만나 배우로서 한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오늘의 윤시윤을 만든 두 사람의 스승이자 은인이다.

“두 분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 다 어려우시기도 하고. 하하. 김병욱 감독님은 인자한 할아버지같은 분이에요. 굉장히 섬세하게 제 자신을 끌어내는 작업을 해주셨어요. 나 자신이 나답지않은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혼을 내셨죠. 이정섭 감독님은 천재죠. 한번에 연출할 그림이 쫙 나오는 분이에요. 연기는 물론이고 배우로서의 자세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어요.” 아직도 ‘제빵왕’을 생각하면 연기에 아쉬움이 많은 듯 이 PD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다. “나중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더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족-윤시윤의 골수 열혈팬

올해 추석연휴와 그의 생일(9월26일)은 스물네해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연휴에는 할머니가 계신 순천에서. 생일에는 서울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맞벌이하는 부모를 대신해 중학교때까지 그를 길러준 할머니는 손자 덕분에 신이나셨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슈퍼마켓을 하시는데 밥을 먹다보니 가게에 30여명이 꽉 들어찬 거에요. 이틀 동안 50~60명이 끝없이 찾아와서 참 신기하다 싶었거든요. 나중에 보니 할머니가 저 멀리 동네에서부터 사람들을 끌고 오시더라구요. 하하.” 사인받고 가는 사람을 굳이 사진도 찍고가라며 잡는 할머니 덕분에 순천 팬서비스는 대호황이었다고 했다.

생일은 서울에서 부모와 단출하게 지냈다. 외동아들인 그는 부모와 친구같은 사이다. “‘지붕킥’ 찍을 때 너무 편했던게 극중 정보석 아빠와 오현경 엄마가 딱 우리 아빠 엄마같으신거에요. 성격이나 설정이 너무 비슷해요. ‘제빵왕’에선 아버지(전광렬)가 갑자기 너무 중후해지셔서 오히려 적응이 잘 안됐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윤시윤은 “내가 인복이 참 많은 것같다.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잠수법을 가르쳐준 스쿠버다이빙강사. 연기를 가르쳐준 수많은 선배들. 하루 2~3시간밖에 못잤던 ‘제빵왕’의 스태프들.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팬들. 빵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제빵사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김탁구의 마음을 잊지않고 살겠다’던 다짐처럼 윤시윤 안에서 김탁구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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