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지난해 4월 시작해 아시아, 북미, 미주, 유럽에 이어 남미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첫 월드투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JYJ는 칠레 공연을 하루 앞둔 8일(이하 현지시간) 산티아고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독 공연을 갖기 위해 노래를 모으고 곡을 써 음반을 내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진정한 의미의 월드투어를 한 건 큰 성과다”고 강조했다.
한국 가수 중 단일팀으로는 처음 남미에서 공연하는 JYJ는 9일 산티아고 ‘테아트로 콘포리칸’, 11일 페루 ‘익스프레나다 쑤 델 에스따디오 모뉴멘탈’ 무대를 끝으로 총 20만 명 규모의 투어를 마무리 한다.
다음은 JYJ와의 일문일답.
--칠레까지 오는데 고생했다던데.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경유해 칠레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8시간가량 연착된 끝에 탑승했는데 이륙 순간(버드 스트라이크로) 타는 냄새가 나며 뒷좌석이 스모그로 가득찼다. 결국 호텔에서 머문 후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다.(박유천)
--남미에서 공연하는 소감은.
▲어렸을 때 세계 지도를 보는 취미가 있었는데 칠레는 길게 뻗은 나라여서 심상치 않게 보였다.(웃음) 생소하고 먼 나라에서 우리 이름을 걸고 단독 공연을 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럽다. 이렇게 되려고 노력했던 지난 3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면서 스스로 기특했고 행복했다.(김준수)
미국에 살 때 남미 친구들이 있었는데 직접 이 나라에 와서 공연하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신기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남미에서 공연하는 건 기적 같다. 음악 하나로 많은 나라들이 하나가 돼가는 걸 느낀다.(박유천)
한국과 시차가 12시간인데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우리를 사랑해준 팬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 내일 공연에서 열정적으로 보답하겠다.(김재중)
--공연에서 남미 팬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가 있나.
▲변화가 있다면 ‘에이 걸(Ayyy Girl)’과 ‘겟 아웃(Get Out)’을 새롭게 편곡해 색다른 장르로 선보인다. ‘겟 아웃’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춤인 ‘셔플 댄스’를 가미해 보여준다. 또 칠레가 스페인어를 쓰는데 지난 스페인 공연 때 적응돼 더 긴 문장에 도전해볼 것이다.(김준수)
--남미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 언제인가.
▲5년 전 인터넷을 통해 칠레, 멕시코, 페루 등지에 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글로 쓴 편지와 소포를 보내온다. 또 칠레, 멕시코, 브라질, 페루 팬들이 무척 열성적인데 유튜브에 우리 춤을 따라 춘 영상이나 영상 편지도 올려준다.(김재중)
직접 만난 건 오늘 새벽 공항에 입국할 때인데 열정적이라고 느꼈다. 팬들이 ‘인 헤븐(IN HEAVEN)’ 앨범을 재킷 색깔별로 들고 있고 한글 플래카드를 걸어줘 놀랐다.(박유천)
--스페인어로 음반을 내볼 생각은 없나.
▲우리가 영어로 월드와이드 앨범을 냈듯이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앨범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스페인어로는 생각본 적 없는데 앨범은 어렵더라도 한곡 정도 수록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김준수)
아시아 가수가 중국어 곡을 발표하듯이 미국 가수 중에는 앨범에 한 곡씩 스페인어로 녹음해 수록하기도 한다. 아시아 사람이 남미 언어로 노래하면 신기할 것 같다.(박유천)
우리 앨범을 정식으로 발매하고 싶다. 하지만 먼 거리까지 앨범을 유통하는 과정이 수월하진 않다.(김재중)
--여러 나라에서 문화가 다른 K팝 가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도 궁금하다. 유럽, 남미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도 우리를 좋아해 준다. 그간 가수들이 범접할 수 없는 거리의 나라들이었지만 전세계 K팝 마니아들이 소문을 내고 음악을 공유하면서 점차 인기가 커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공연하고 관객들이 찾아오는 건 그런 분들의 노력 덕이다.(김재중)
사랑받는 힘은 음악이다. K팝은 다른 나라 음악에 비해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비트가 강하다. 해외 팬들은 그런 음악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한글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접하며 한국을 사랑해주는 것 같다.(김준수)
--JYJ의 음악은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나.
▲일본에서 처음 활동하며 작은 성과를 이뤘을 때 한류로 묶이는 게 싫었다. 또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일면서 K팝으로 뭉뚱그려지는 것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한국 사람이니 한류, 한국에서 나온 음악이니 K팝으로 불리는 걸 부정하는 게 말이 안 되더라. 그 테두리 안에서 ‘빛을 내는 독특한 친구들’이란 말을 듣고 싶다. 매력을 가지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김재중)
--동방신기에서 JYJ로 나와 처음 연 쇼케이스 때와 월드투어를 마무리하는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쇼케이스 때는 정말 떨렸다. 그때는 우리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그때는 두려움이 다였다면 지금은 불안함 반, ‘희망적으로 해내보자’는 용기 반이다. 지금도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선택의 폭이 좁고 추진하는 데 힘이 든다. JYJ는 아직도 탄탄한 배가 아니라 보수공사를 하면서 가야 하는 배다. 멤버 셋이 한 명이라도 무너지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때마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똘똘 뭉치려고 노력한다. 그 배가 연약한 배이든 강한 배이든 셋이 이루려는 목표가 합을 이룬다면 산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여러 일을 겪으며 그 안에서 강해졌고 큰일 아니고서는 웃고 넘어갈 정도가 됐다. 하하. 칠레 오는 길에 비행기 사고를 겪으며 우리가 가는 길마다 순탄한 게 없다고 웃었다.(김준수)
--올해 계획은.
▲드라마와 뮤지컬 등 개별 활동을 펼치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어 여름께 미국에서 두 번째 월드와이드 음반 작업을 하고 그 음반을 내면 미국 활동도 할 것 같다. 또 올해 말이나 내년 새로운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진정한 의미의 월드투어를 했다는 자부심이 생긴 만큼 두 번째, 세 번째 월드투어도 기대된다. 새로운 나라에서 공연하고 싶다.(김재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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