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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고공액션, 공군 제작지원 덕분…美는 80년대부터 지원-간접광고 상호작용

‘탑건’(1986)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블랙호크다운’(2002), ‘허트로커’(2008), ‘터미네이터 4’(2009)의 공통점은 뭘까.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할리우드의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답한다면 절반만 정답이다.



영화를 통해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미국적 가치를 고양하는 첨병 역할을 해 온 할리우드는 미국 국방부와도 긴밀한 협조를 유지해 왔다. 지능적인 ‘간접광고’(PPL) 효과에 눈을 뜬 미 국방부 또한 1980년대부터 원활한 협조를 위해 ‘OCPA-West’로 불리는 전담 부대를 할리우드에 뒀다. 주요 임무는 군 지원을 요구하는 영화 제작사를 위한 창구 기능인데 해마다 80~90편을 지원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군 지원 영화의 탄생을 알린 작품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토니 스콧 감독과 톰 크루즈를 할리우드의 거물로 만든 ‘탑건’이다. 수많은 젊은이를 전투기 조종사의 세계로 이끈 이 영화는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F14 전투기 등을 지원, 전쟁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소말리아 내전을 다룬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다운’도 미군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4개월간 모로코 현지 촬영에서 각종 장비는 물론 140여명의 육군을 엑스트라로 지원했다.

오랜 세월 데면데면했던 충무로와 한국 군의 관계에도 변화 조짐을 보인다. 지난 14일 개봉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를 본 상당수 관객은 눈을 의심했다. 순제작비만 90억원 남짓 투입된 영화의 짜임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지 모른다. 하지만 최신 전투기들이 선보이는 아찔한 고공 액션의 완성도는 지금껏 어떤 한국영화도 접근하지 못한 수준이다. 비결은 공군의 제작 지원 덕분이다. F15K의 훈련을 항공 촬영 전문업체인 울프에어사의 리어제트기로 찍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제11전투비행단의 격납고와 비행장을 카메라에 담았고, 현역 전투기 파일럿들의 자문까지 허락했다.

국방부는 2002년 민간영화 제작지원 지침을 발표하고 충무로와의 협력을 위한 걸음마를 뗐다. 하지만 번거로운 절차와 까다로운 규정 탓에 지원 선언은 성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2003)나 ‘태극기 휘날리며’(2004), 장진 사단의 화제작 ‘웰컴 투 동막골’(2005)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방부의 제작 지원을 거부당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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