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퓰리처상을 받은 마크 옵마식이 2004년 발표한 동명 원작을 각색했다. 빅 이어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해인 1998년 경기를 바탕으로 원작을 썼다. 호평을 들은 원작의 영화화에 도전한 감독은 데이비드 프랭클. 실화가 배경인 베스트셀러 영화 작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프랭클은 적임자로 보였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말리와 나’의 성공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빅 이어’는 능력에 부치는 상대였다.
인물과 배경 연도를 바꾸고, 원작의 방대한 서사시를 압축하고, 이야기를 적잖이 희화한 것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 100분짜리 대중영화 아닌가. 문제는 영화가 인물의 자취를 뒤따르기에 급급해 원작의 풍성하고 우아한 맛을 완전히 놓쳤다는 데 있다. 영화가 끝나면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세 인물의 행각과 그들이 관찰한 새의 숫자만 아른거릴 뿐이다. 그들의 광적인 행동에 대한 이해는 어림없으며, 세 인물이 경기 바깥 인물과 맺는 관계는 수박 겉핥기식 소개로 끝난다. 벽지의 풍광이 아름답고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으나 영화를 수렁에서 건지기엔 역부족이다.
영어권에서 새 관찰자는 ‘누군가가 찾아와 주길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노처녀와 퇴역 영국군 대령’을 조롱하는 말이라고 한다. 극중 세 인물의 주변인들은 “새 관찰 기록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상금도 없는 대회에 왜 그렇게 열중하느냐.”고 묻는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새 이름을 줄줄 외우고 소리만 듣고도 이름을 맞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취미에 미친 기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들이 지닌 열정과 광기로의 초대장이 되어야 했을 ‘빅 이어’는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홈비디오로 직행하고 말았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원작소설을 권한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