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이런 반대의 목소리를 낸 쪽이 대부분 박유천의 팬이라는 점. 장미인애가 박유천과 같은 소속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장미인애가 극중 박유천을 짝사랑하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토로하고 나선 것이다.
대개 팬들은 스타와 그 소속사를 옹호하는 쪽인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장미인애의 캐스팅이 소속사의 ‘끼워팔기’라고 비난하면서 연일 드라마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해냈다.
논란이 하도 거세다 보니 급기야 지난 1일 열린 ‘보고 싶다’의 제작발표회에서 박유천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박유천은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문제를 조금 더 크게 만드신 게 아닌가 하는 솔직한 심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입장에서 같이 작품을 잘 해나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장미인애 씨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 생각(끼워팔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솔직히 생각한다”고 팬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물론 이들의 소속사에서는 장미인애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의 캐스팅이 ‘끼워팔기’인지 아닌지는 ‘불명확’하다고 해도 이번 경우처럼 주인공과 같은 소속사의 배우가 조·단역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박유천이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문제”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스타가 권력인 현재 캐스팅 시장에서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스타급을 주인공으로 내주면서 자사 신인이나 조연급 연기자를 동반 캐스팅시키는 이점을 취하려고 한다.
제작진도 같은 ‘급’의 배우들을 놓고 저울질한다면 이왕이면 주인공이 속한 소속사의 손을 들어주려고 하기에 이러한 ‘끼워팔기’는 늘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를 살펴보면 수목극 1위를 달리는 KBS ‘착한남자’에는 주인공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 식구인 이상엽과 이유비가 출연 중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호흡을 맞췄던 장혁, 송중기, 현우, 이수혁 등도 한집안 식구다.
그런데 ‘끼워팔기’는 꼭 조·단역에 국한되지 않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캐스팅 경향은 주연급에도 적용된다. 이 경우는 ‘끼워팔기’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지만 역시 ‘이왕이면 같은 소속사 배우’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SBS 수목극 ‘대풍수’에는 지성, 이윤지, 김소연 등 같은 소속사 식구들이 단체로 출연 중이다. KBS ‘울랄라부부’의 신현준과 한재석도 같은 소속사다.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의 염정아, 김성수, 김영애도 한솥밥을 먹고 있다. 심지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도 장동건과 같은 소속사라는 인연으로 막판 캐스팅에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어감이 안 좋지만 스타급을 내주면서 자사 배우들의 동반 캐스팅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매니저는 무능력하다고 할 정도로 ‘끼워팔기’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들 역시 연예기획사들의 ‘끼워팔기’가 일상화됐다고 인정한다.
한 드라마 PD는 “스타를 캐스팅하면서 자사 소속 배우들의 프로필을 들고 와 캐스팅 부탁을 하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말도 되지 않는 배우를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혹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면 십중팔구 ‘끼워팔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시청자, 네티즌이 보기에 ‘해도 너무 한다’ 싶은 캐스팅이 바로 그런 경우라는 것.
이 PD는 “’끼워팔기’ 논란을 피해가려면 그런 식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연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캐스팅 과정이 어떠했든 연기력을 인정받으면 논란도 자연히 수그러들 것이라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