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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의 호연·빼어난 영상미 호평..노희경 작가 리메이크는 아쉬움

그겨울, 바람은 불었다. 다만 작품이 아니라 두 주연배우로 인한 바람이다.

SBS TV 수목극 ‘그겨울, 바람이 분다’가 송혜교(31), 조인성(32)이라는 두 스타의 진가를 새삼 확인시키며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최고의 ‘케미’ 커플로 꼽히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오른쪽), 송혜교. <br>SBS 제공
’태초’부터 스타였고 ‘미모’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몇 년 나란히 주춤했던 송혜교와 조인성은 ‘그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다시 거센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대중의 반응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광고계가 발빠르게 이 둘의 캐스팅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고 둘의 미모와 연기, 멜로 앙상블에 대한 네티즌의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는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빼어난 영상미와 감성 짙은 대사들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적지 않은 허점과 일본 원작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지적은 이 드라마의 대본을 노희경 작가가 맡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작가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최근 그가 선보인 작품 중 가장 시청률이 잘 나왔고, 유례없이 치열했던 수목극 대결에서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13일 11.3%로 출발한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KBS 2TV ‘아이리스2’, MBC TV ‘7급 공무원’과의 대결에서 초반 박빙의 엎치락뒤치락을 거쳐 선두로 치고 나왔다.

그러나 시청률은 10%대 초중반에서 더 나아가는 게 힘겨웠다. 또 선두를 달리고는 있었지만 ‘아이리스2’와 ‘7급 공무원’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반사작용의 덕도 있었다.

드라마는 종영을 1회 앞둔 지난달 28일에야 15.1%를 기록하며 15% 고지를 밟았다. 높은 화제성에 비해서는 낮은 성적인 것. 단적으로 ‘야왕’은 지난 2일 25.8%로 종영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전국 15.8%, 수도권 18.2%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자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제친 성적이다.

동시간에 방송된 ‘아이리스2’는 10.2%, 이날 첫선을 보인 MBC ‘남자가 사랑할 때’는 6.6%였다.

하지만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현실감 짙은 스토리와 감정의 촘촘한 인과관계, 서민층의 살가운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데 있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희경 작가가 집필했다는 점에서 좀더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색깔의 창작극을 선보이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온 노 작가가 원작이 있는 작품의 리메이크에 도전한다고 하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게다가 원작은 일본의 인기 드라마이고 이미 국내에서도 영화로 먼저 선보였던 유명한 스토리다.

노 작가도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던 듯하다. 그가 제작발표회에서 일본색이 너무 짙어 집필을 고사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방탕한 사기꾼 갬블러와 눈이 먼 재벌 상속녀의 사랑 이야기는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최대한 일본풍을 걷어내고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을 했다고 밝혔고 실제로도 드라마에는 노 작가의 체취가 입혀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설정과 이야기인 탓에 인물간 밀도 있는 교감과 세밀한 감정묘사도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장르는 코미디도, 판타지도 아니었다.

이 드라마에 열광한 많은 시청자는 주인공 남녀의 호흡이 너무 예뻐서 그들의 멜로에 별로 토를 달고 싶지 않았을 뿐 스토리 자체에 지지를 보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빼어난 영상미에 반해 몰입은 했지만 사실 스토리는 빈번한 생략과 건너뜀으로 인해 뜯어보면 허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 예쁜 성인 동화를 만들기 위한 암묵적 동의가 시청자와 제작진 사이에 생성된 덕에 인기는 얻었지만, 작품 자체는 노희경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에는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단적으로 이 드라마는 노 작가의 전작인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와 비교된다. ‘빠담빠담’ 역시 판타지 장르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노 작가의 새로운 실험이었는데 그 실험은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날개 달린 천사가 등장하긴 했지만 인물 간 감정과 관계의 촘촘함과 개연성이 생생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인 고가의 알렉사 플러스로 촬영을 한 무결점 화면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던 송혜교와 조인성의 아름다움, 또한 서른으로 접어든 두 배우의 성장한 연기력 등이 어우러진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화보 같은 멜로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그러나 그이상의 플러스 알파는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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