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6)가 재치있는 입담과 진솔한 이야기로 미국 명문 하버드대 캠퍼스를 열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지역은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라 의미가 더 깊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 머물며 보스턴대와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한 싸이는 학창 시절을 보낸 곳에 돌아온 소감을 “이상하다(weird)”고 표현했다.
그는 “기분이 참 이상하다. 14년 만에 돌아와서 하버드대에서 강연을 하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느냐”며 “그래서 삶이 참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마도 하버드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 없이 강연에 나선 이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싸이는 학창 시절 방황과 음악인으로서 길을 찾기까지의 이야기 등을 여유있는 태도와 유쾌한 농담으로 풀어내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버클리 음대로 옮겼던 그는 “대학 시절 내 별명은 ‘WWF’였다. (수업을) 철회하고(Withdrawal) 또 철회하고 낙제(Fail)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영어 단어라고는 ‘택시·버스’ 같은 것밖에 모르고 미국에 와 설사약을 사야 하는 다급한 상황 등을 거치며 언어를 깨우친 경험과 음악으로 진로를 바꾸면서 가족들에게 ‘더 큰 사람이 되겠다’고 설득에 나선 일화 등도 소개했다.
세계적인 히트곡이 된 ‘강남 스타일’의 성공에 대해서는 ‘사고(accident)’라고 표현했다.
싸이는 “강남 스타일은 정상적이지 않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사고 같은 일이었고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잘생기거나 멋진 몸매를 가지지 않은 자신을 전 세계인이 좋아해 주는 이유가 ‘재미(fun)’ 때문이라고 짚었다.
싸이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모르면서 내 노래와 공연을 즐긴다는 사실이 기쁘고 놀랍다”며 “언어를 넘어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음악과 재미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스스로 최고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수로서 살아온 지난 13년간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연의 사회를 맡은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학 석좌교수(한국학)는 “이제 한국 팝 음악은 한국 현대사에서 정부나 민주화만큼이나 큰 의미를 지닌다”며 “싸이는 현대사회의 글로벌 디지털 문화를 뒤흔든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