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은 ‘복고 힙합 스타일’을 표방했다. “핑크 핫 핑크 핫”하고 반복되는 후렴구는 ‘위아래’의 중독성 있는 후렴과 닮았다. 하지만 스타일은 확 바뀌었다. 제목에 맞게 의상에는 분홍 포인트를 줬고, 머리도 화려한 색으로 물들여 눈에 띈다.
EXID를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컴백 준비에 개별 일정까지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었던 이들은 “너무 바빠서 올해 안에 못 나올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하자면 ‘비활동기’였는데 비활동기가 아닌 느낌이었어요. 공연과 개인 방송 일정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짬짬이 시간을 쪼개 써서 올해 안에 완성해 다행이에요. 헤어스타일 변화 등 새 콘셉트를 노출하지 말자고 해서 몇 행사는 마지막에 취소하기도 했어요.”(솔지)
사실상 데뷔곡인 ‘위아래’로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쓰고서 미니 앨범 ‘아예’(AH YEAH)로 연속 홈런을 친 EXID는 세 번째 싱글 발표가 더 긴장된다고 했다.
“주변에서 ‘세 번째 앨범이 정말 중요하다’고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시점에서 자리를 못 잡는 분이 생각보다 많았다고요. ‘이번이 진짜 중요하구나’ 생각하니 오히려 전보다 부담이 더 큰 것 같아요.”(솔지)
혜린도 “팬 분들께서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으니,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저희가 잘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0시에 공개된 ‘핫핑크’는 오전 8시 기준으로 지니, 올레뮤직, 벅스, 소리바다, 몽키3 등 5개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했다.
엘리는 “이번 노래는 90년대 힙합 스타일을 떠오르게 하는 복고풍이 특징”이라며 “저희가 기존에 발표한 곡과 많이 다르면서도 EXID 노래인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혜린은 “서정적인 멜로디 안에 가사를 쉽게 각인할 수 있는 후렴구가 저희 특징인데, 이번 곡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멤버들은 ‘대세 걸그룹’으로 불리는 자신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7월 대만에서 진행한 쇼케이스는 1천200석이 모두 나갔다.
“공항에서부터 팻말과 선물을 들고 반겨주시는 모습이 처음이었어요. 팬 분들이 만들어준 영상을 보고는 눈물바다가 됐죠. 공연만 할 때와는 다르게 친구, 가족과 만난 느낌이었어요. 저희를 많이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정화)
바쁜 스케줄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겹쳐 지칠 법도 하지만 멤버들은 서로 웃고 다독이려 노력한다고 했다. 오랜 무명기간을 견디고 얻은 인기인 만큼 지금에 감사하다는 것이다.
엘리는 “‘위아래’가 잘 되고 나서 저희가 무대에 오른 모습을 다시 봤는데,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표정이 확실히 다르더라”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보다 무대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멤버들 가운데 하니가 특히 더 주목받은 탓에 갈등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들은 “저희가 안 될 때는 ‘누구 한 명이라도 제발 좀 잘 되라’ 했었다”며 “그것보다는 더 단단하다”고 자신했다.
“처음에는 방송 출연 기회가 저에게만 먼저 온 것 같아 멤버들에게 많이 미안했어요. 녹화가 끝나면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숙소에 들어갔죠.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멤버들이 ‘오늘 어땠어?’ ‘선배님이 잘 해줬어?’ ‘수고했어, 힘들었지’ 먼저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는 걸 알았죠. 저희가 몇 년 동안 일도 없이 좁은 방에서 고생한 것, 저희가 한 고민을 많은 분이 모르기 때문에 하는 오해인 것 같아요.”(하니)
“‘위아래’는 저희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곡”이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안은 EXID는 ‘반짝스타’를 넘어 더 굵직한 가수로 자리 잡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얼마 전 멜론 뮤직 어워드 연예인 석에 앉아 다른 분들 무대를 보면서 처음으로 ‘최고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까지는 그저 음악을 열심히 하고, 우리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을 실망시켜 드리지 말자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이 가요계에 발을 들였고, 우리라는 팀이 있는데 정상은 한 번 가야 하지 않을까요?(웃음)”(정화)
“대중께서 저희를 ‘희망의 아이콘’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고생한 것도 너무나 잘 아시고, 그걸 이겨내고도 잘 된 그룹이라는 거죠. 그런 ‘스토리’에 더해서 실력 면에서도 항상 탄탄하고 새로운 무대를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솔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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