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진행하던 중 제작진은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에 사는 한 여성 폐암 환자. 그녀 역시 흡연도, 암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폐암 발병의 원인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지목한 것은 ‘집’. 집에서 뭔가 위험한 물질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 물질은 바로 ‘라돈’이었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4피코큐리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거주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노출된다.
제작진은 폐암 환자 32명의 집을 전격 조사했다. 도시부터 시골까지, 30대부터 80대까지 사는 곳도 나이도 모두 다른 그들의 집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토양에서 생성되기에 라돈 수치는 지층에서 가까울수록 높다. 그런데 제작진이 조사한 폐암 환자의 집은 단독주택, 빌라, 지하뿐만 아니라 아파트 고층도 있었다. 한 주에 한 번꼴로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갈 정도로 건강관리에 철저했으나 폐암에 걸린 홍모씨의 집은 아파트 17층인데 라돈 수치가 높았다.
전문가는 집을 짓는 데 쓰인 건축자재에 주목했다. 토양을 원료로 하는 건축자재는 라돈 함량이 높은 토양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천장, 벽, 내장재 등으로 널리 쓰이는 건축자재인 석고보드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건축자재의 라돈에 대한 어떤 조사나 규제도 없는 상황에서 라돈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