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정근씨는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채 경련이 30분 이상 이어지는 ‘뇌전증 지속증’ 상태에 빠졌다. 자칫 뇌를 손상시키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의료진은 신경안정제를 서둘러 투입했다. 의료진이 경련의 원인을 찾는 동안 정근씨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약물치료로 버티고 있었다. 환자의 생체징후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정근씨의 호흡이 다시 불안정해졌다.
1년 전 맏아들 정근씨의 사고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아들의 투병을 함께하면서 어머니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힘겨운 치료를 잘 견뎌주기를 바라며, 재활치료를 받고 회복돼 휠체어라도 탈 수 있기를 기원하며 꾹꾹 눌러썼다. 상황이 나아지는가 싶더니 아들은 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어머니는 다시 일기를 꺼내 들고 바람을 써내려간다. 스물아홉 살 정근씨는 다시 찾아온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어머니의 희망을 일굴 수 있을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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