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형제 사이인 두 남자랑 연애를 하더니 그들과 잇달아 결혼을 하려고 한다. 다만, 모녀는 엄마가 딸을 낳자마자 버렸으니 서로가 모녀라는 사실을 모른다. (MBC ‘여왕의 꽃’)

별거 중인 부부가 남매 사이인 남녀와 동시에 연애와 결혼을 추진했다. 이들 네 남녀는 서로의 관계를 잘 안다. ‘다행히’ 나중에 남매 중 여동생이 이별을 선택하고 떠났고, 별거하던 부부는 이혼을 했다. (MBC ‘여자를 울려’)

TV 드라마에서 막장과 패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MBC 주말극 두 편에서 나란히 혈연이 복잡하게 얽힌 남녀 간의 애정사를 전개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임성한 작가가 MBC TV 일일극 ‘보고 또 보고’에서 겹사돈을 등장시켰을 때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는데, 이제 겹사돈은 애교 수준이다.

출생의 비밀과 기억상실, 음모와 복수가 막장 드라마의 네 바퀴를 이루며 TV를 점령한 지 오래됐고, 어제의 연인이 오늘의 처남댁(SBS ‘가면’)이 되거나, 어제의 며느리가 오늘의 시숙모(SBS ‘어머님은 내 며느리’)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버젓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왕의 꽃’과 ‘여자를 울려’의 전개는 그저 코웃음을 치며 보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잘 봐줘도 주부를 대상으로 아침연속극에서나 전개될 이야기가 지상파 주말드라마에서 펼쳐지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여왕의 꽃’에서 숱한 단서에도 서로가 모녀 관계인지 모르는 레나정(김성령 분)과 강이솔(이성경)에 대해서는 “눈뜬장님”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르고 있다.

드라마 자체가 설득력 없는 얄팍한 이야기로 구성된 ‘여왕의 꽃’은 그 핵심에 늘 붙어다니면서도 모녀간인지 모르는 레나정과 강이솔이 배다른 형제 관계인 두 남자와 나란히 연애하는 설정을 했다.

심지어 강이솔과 박재준(윤박)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레나정과 박민준(이종혁)은 레나정이 불순하게 접근해 결혼에 골인한 사이다. 레나정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시동생인 박재준을 집에서 점찍은 여자 대신 ‘별 볼일 없는’ 강이솔과 맺어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게다가 박재준과 집에서 짝을 지으려는 서유라(고우리)는 알고보면 강이솔의 배다른 여동생이다. 이들의 아버지 서인철(이형철)이 과거 레나정을 임신시킨 뒤 버리고 서유라의 엄마의 결혼한 것이다.

’여자를 울려’는 초반 학교 폭력에 발벗고 나선 형사 출신 밥집 아줌마의 맨주먹 활약으로 신선함을 안겨줬지만, 이내 막장 스토리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주인공 정덕인(김정인)과 별거 중이던 남편 황경철(인교진)이 바람난 여자 강진희(한이서)와 정덕인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강진우(송창의)가 남매라는 설정에서 무리수를 뒀고, 강진우-강진희 남매의 기막힌 연애를 이들 집안에서 묵인한 것 역시 황당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 결국엔 강진희가 황경철에 실망해 제풀에 나가 떨어지고, 정덕인과 황경철이 이혼을 하면서 패륜으로 점철된 이들의 관계는 막을 내렸지만, 뒤끝이 개운할 리 없다.

또한 과거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덕인의 아들이 알고 보니 강진우의 아들이 주도한 학교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정덕인과 강진우의 관계는 다시 복잡해졌다.

’여자를 울려’는 여기에다 사망한 줄로만 알았던 강진우의 형 진한(최종한)이 사실은 기억을 상실한 채 살아있음을 지난 11~12일 방송에서 보여주며 기업 후계 구도를 놓고 복마전이 된 강진우 집안의 상황을 또 한 번 꼬아놓았다.

지난 12일 ‘여왕의 꽃’은 16.6%, ‘여자를 울려’는 2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밤 9~11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MBC는 두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모든 게 다 ‘용서’되는 건 아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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