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오는 24일 첫 방송되는 KBS 2TV ‘나를 돌아봐’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단 1주일 사이에 빚어진 일들이다.
’나를 돌아봐’ 프로그램 제작진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의 한 행사장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제작진은 지난 4월 파일럿(시범제작) 방송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승격된 사실을 자축하면서 앞으로 연예계에서 ‘한 성깔’하는 인물들이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개성이 강하고 다소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였던 출연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달라지는 과정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영남이 하차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13일부터 20일까지 1주일간 시청자들이 본 것은 마음에 안 들면 상을 엎어버리고 주변 사람들이 절절 매달리면 짐짓 못 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는 ‘진상’의 모습이었다.
논란은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이 일종의 시청률 공약으로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이다. 한 6주 해보고 시청률이 잘 안나오면 자진 하차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김수미는 “(파일럿에서) 조영남-이경규 팀이 세 팀 중 가장 시청률 점유율이 떨어졌다” “자진하차 하기 전에 제작진에서 알아서 자를 것”이라는 등 여러 차례 면박을 줬다.
화를 참지 못한 조영남이 하차 의사를 밝히고 제작발표회 도중 퇴장했고 제작진은 늦은 밤까지 설득한 끝에 다시 합류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은 17일 이번에는 김수미가 “도저히 얼굴을 들고 방송할 수가 없다”며 하차 의사를 밝혔다.
제작발표회 당시 자신을 둘러싼 악성댓글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던 김수미는 한 언론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살아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겠다”며 하차 선언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김수미 선생님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다”며 설득에 나섰고 주말 내내 그를 설득한 끝에 하차를 막았다고 20일 밝혔다.
각각 1945년, 1949년생인 조영남과 김수미는 우리나라 연예계의 ‘어른’으로 꼽힌다.
수많은 개그맨 후배를 둔 이경규도 두 사람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에서 두 사람에게 어른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공적인 자리에서 화풀이하듯 상대방을 공격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었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이들의 행위가 온당한지에 대해선 연예계 안팎에서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주일 내내 이 두 사람의 행방을 찾아 헤매고 혹여나 정말로 하차한다고 할까 싶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면서 ‘을의 자세’를 보인 제작진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조영남과 김수미의 막말 논란과 하차 및 번복 선언이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제작발표회장에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쨌든 원로급 방송인 조영남과 조수미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프로그램인 ‘나를 돌아봐’를 둘러싸고 하차 선언을 하고 며칠 만에 번복하는 소동을 두 번이나 벌이면서 시청자의 피로도도 올라갈 대로 올라갔다.
누리꾼 ‘baem****’는 김수미에게 “자기 본인만 피해자고, 연약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며 “본인 입으로 다른 사람들한테도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yhh0****’는 “두 사람 그냥 놔줘라. 끝까지 붙잡아 출연하게 만든다면 제작진이 이기적이다”라며 “지금 출연한다 해도 어떤 사람들이 좋게 보겠나”라는 비판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모두 “과연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는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방송계 안팎의 지적이다.
’나를 돌아봐’는 개성이 강한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다른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