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아빠 다할은 3년 전 제주도에 왔다. 휴양지에서 멀리 떨어진 키위 하우스 단지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농장 내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우스 안에서 더위와 싸워 가며 일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네팔에 두고 온 딸들은 다할이 아무리 힘들어도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의 원천이다. 저녁에 두 딸과 통화하고 나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릴 정도다. 그런 그에게 몇 달 전부터 근심거리가 생겼다. 지난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망가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아크리티와 비니샤는 매일 손을 꼭 붙잡고 학교에 다닌다. 자매가 학교에 가면 엄마 라티카는 두 시간 거리의 오지 산골에 있는 시댁으로 향한다. 지난 4월 강진으로 집이 무너져 힘들게 살고 있는 시어머니와 시할아버지를 대신해 일을 하기 위해서다. 자매는 한국으로 떠난 아빠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 아빠를 그린 그림은 어느새 벽면을 가득 채웠다. 자매의 꿈은 단 하나. 꿈에 그리던 아빠를 만나는 것. 자매의 꿈은 이뤄질까.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