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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가수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사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하면서 겹치기 출연을 하거나 어느 한쪽을 버려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를 드나드는 가요 관계자들은 29일 “MBC와 SBS가 유사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잇달아 신설하면서 섭외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SBS TV ‘보컬전쟁-신의 목소리’가 30일 첫 방영되는 가운데 내달 8일과 17일에는 MBC TV ‘듀엣가요제’와 SBS TV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가 각각 전파를 탄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여 호평을 얻은데 힘입어 정규 편성된 이들 프로그램은 일반인과 가수가 함께 출연하거나 듀엣 형식이란 점에서 각기 공통분모가 있다.

조금씩 구성의 차이는 있어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음악 예능이란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 모두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인기 높은 가수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 때문에 예능국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사활이 걸린 가요 기획사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과정에서 방송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고민이 깊다.

◇ “타방송사 밉보일까 고민”

심지어 ‘신의 목소리’와 ‘듀엣가요제’는 MC도 성시경으로 같다. 비슷한 두 프로그램을 모두 택한 성시경은 지난 28일 1시간 차를 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 잇달아 참석하는 촌극을 빚었다.

복수의 방송사로부터 동시 섭외를 받으면 한쪽에만 출연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각각의 프로그램 섭외에 응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도 고민거리다.

가수들의 경우 KBS 2TV ‘뮤직뱅크’, MBC TV ‘쇼 음악 중심’, SBS TV ‘인기가요’ 등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 프로모션의 중요한 기반인데 이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예능국과 자칫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대표는 “이 문제가 요즘 화두”라며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른 방송사에 밉보일까봐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 아이돌이 있거나 신인 데뷔를 앞둔 기획사들은 혹시라도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기 가수를 여럿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도 “인기 높은 팀을 하나만 보유한 기획사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우리야 몇몇 가수를 나눠 출연시키면 돼 사정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방송사들이 원하는 가수는 한두 명에 집중되니 고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본부장도 “예전에 지상파 3사가 어느 곳에서 가수들이 가장 먼저 첫 방송을 하느냐로 신경전을 벌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사실 방송사 간 힘겨루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일 때도 특정 방송사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다른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 원활하지 않았다.

다음 달 엠넷 ‘프로듀스 101’에서 발탁될 11인조 걸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출연자 선정은 PD의 고유 권한이나 다른 방송사에서 화제가 된 팀을 출연시키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라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정서다.

◇“정작 내 노래 부를 무대 없어”

가요 관계자들은 음악 예능이 생기는 걸 반색할 법하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달갑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명절 파일럿 때 확인됐듯이 일단 음악 예능은 기본 시청률이 담보된다. 이번에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들은 지난 설 연휴 시청률 2~4위를 기록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수는 예능 출연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다. 실제 이미 방송 중인 음악 예능도 KBS 2TV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MBC TV ‘복면가왕’ 등 다양하다.

15년 경력의 한 매니저는 “예능과 가요 프로그램 출연은 유기적이어서 예능에 배우보다 가수를 섭외하는 게 훨씬 쉽다”며 “가요 프로그램 출연 이 절실한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음악 예능이 넘쳐나도 정작 노래하고 싶은 가수들이 설 무대는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걸그룹 기획사 대표는 “정작 가수들이 자기 노래를 선보일 무대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밖에 없다”며 “이들 프로그램이 너도나도 가장 인기있는 가수들을 출연시키면 가수는 이미지가 빠르게 소모되고 체력적으로 진이 빠진다. 이런 음악 예능이 반갑지 않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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