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철 울면서 바닥을 기고, 활짝 웃으면서 공중을 날며, 모든 걸 내려놓은 채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서현진의 명연기에 ‘또 오해영’ 신드롬이 몰아쳤지만, 서현진이 오해영이 되기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마터면 시청자는 지금의 이 사랑스럽고 살가운 오해영을 못 만났을 수도 있었는데, ‘또 오해영’의 반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방극장을 휘어잡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의 반전 세 가지를 살펴본다.
◇ “서현진 놓고 고민 많았다”
‘그냥 오해영’은 처음에 내로라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수’들에게 제안이 갔다. 일찌감치 검증됐고, 유명한 스타급 여배우들에게 잇따라 러브콜이 갔다.
하지만 스타급 여배우들은 줄줄이 거절했다. 어떤 이는 너무 바빠서, 어떤 이는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오해영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 캐스팅 후보 중에서도 후순위였던 서현진에게까지 마침내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작진이 고민이었다.
서현진이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를 본격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는 걸림돌이 많았다.
무게감과 인지도가 아직은 떨어지고, 무엇보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구축한 악역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오해영’은 결국 서현진의 몫이 됐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 ‘오해영’의 ‘임자’는 다름 아닌 서현진이었음이 증명됐다.
◇ 박해영 작가, tvN을 만나다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tvN을 만난 것도 반전이다.
KBS 2TV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성공시키고, JTBC 개국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도 히트시켰지만 박 작가는 2012년 8월 끝난 ‘청담동 살아요’ 이후 3년여 ‘개점휴업’이었다. 지상파 방송사와 개발하던 작품이 잇달아 결실을 보지 못한 탓이다. 결국 그는 지상파와의 작업을 접고 tvN으로 발길을 돌렸고, ‘또 오해영’을 내놓았다.
‘또 오해영’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지만 시트콤적인 색채가 진하다. 이야기가 주인공 2명에게 집중된 구조가 아니라 시트콤처럼 분산돼 있고, ‘개그콘서트’가 저리 가라 배꼽이 튀어나올 만큼 웃긴 장면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오해영’이 밤 10시 지상파에 편성됐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나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외압’이나 ‘간섭’으로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고, 밤 10시 경쟁에서 뒤처졌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작가가 3년여 절치부심 끝에 tvN을 만나 밤 11시에 ‘또 오해영’을 내놓은 것도 성공의 요인이 됐다.
◇ 송현욱 PD, 우울함을 뒤집다
‘연애 말고 결혼’을 히트시킨 송현욱 PD가 연출을 맡은 것도 신의 한 수. 송 PD는 “대본이 너무 좋은데 내가 잘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는 이유로 이 드라마의 연출을 계속 고사했다.
하지만 박호식 CP가 삼고초려 끝 송 PD를 캐스팅하는 데 성공했고, 송 PD는 ‘기대’대로 박 작가와 최상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송 PD가 이끈 반전은 우울하게 치달을 수 있었던 이야기 톤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끌어올린 것이다. 박 작가의 대본은 시트콤적이기도 하지만 감정이 깊어 자칫 사랑앓이하는 여주인공의 감정에 빠져 우울 모드로 흘러갈 위험성이 있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연애 말고 결혼’에서 로맨틱 코미디 연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송 PD는 ‘또 오해영’이 우울하게 빠지지 않고 지금의 밝고 사랑스러운 톤을 띨 수 있도록 분위기와 뉘앙스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 결과, ‘또 오해영’은 감성은 감성대로 파고들면서도 그 톤과 색깔이 환해지고 경쾌해져 더욱 폭넓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