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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군의 사고를 포함, 최근 3년간 왜 2호선에서만 3명의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사망했는지, 그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해본다.

지하철 2호선과 세 명의 수리공

지난 5월 28일 발생한 구의역 김군의 사망 소식에 대한민국은 추모 분위기로 휩싸였다.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군은 선로 쪽에 붙어있는 스크린도어 센서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려다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성수역 (사고) 때도 상황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두부 쪽이나 시신의 뒤틀림, 부상 위치가 비슷비슷했던 것 같아요.”- 당시 출동 구조대 -

구의역 사고 3년 전, 김군과 같은 회사 소속이었던 심 팀장 또한 그와 같은 이유로 성수역에서 사망했고, 작년 강남역에서도 스크린도어 수리공 요한 씨가 같은 이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왜 유독 2호선에서만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사망하는 것일까? 업무 중에 사망한 그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지급되지 않았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제작진의 질문은 거기서 시작됐다.

출구 없는 유리 감옥의 비밀

“회사에서 뭐라고 하냐면, 일 안 시켰는데 지가 가서 했다는 겁니다. 그게 말이 돼요? 구의역에 대해서도 우리 아들한테 했던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 성수역 심 팀장 어머니 인터뷰 중-

처음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사망했던 3년 전 성수역 사고 이후 회사 측에서는 심 팀장이 육안으로 하는 일일점검 도중 자의적으로 선로 쪽에서 안전문을 점검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개인 과실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회사 측의 책임이 없다는 듯 주장했다.

이런 반응은 강남역 사고 때도, 구의역 사고 때도 같았다. 하지만 회사의 변명과는 달리 업무 중 발생한 사망이었으며, 열차가 올 때 스크린도어 문을 열고 피하지 못하게끔 고정문이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고정문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2003년 당시의 문서를 되짚어보았고, 그 기록 속에서 놀라운 진실을 마주했다.

2003년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광고회사인 유진메트로컴은 서울 지하철공사에 수리공들의 위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크린도어 설계 도면을 제출했고, 22년 독점 계약을 통해 막대한 광고 수익을 거둬들였다.

결국 스크린도어 고정문은 광고를 위한 디자인으로 보였다. 다시 말해 광고 수익을 위해 스크린도어 수리공들의 위험을 방치했던 것이다.

“서울시에서 이런 방식으로 했던 민자사업 몇 가지를 봤는데 그 중에서도 이건 되게 특이하고, 이렇게까지 특혜성이 의심스러운 사례는 저는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 김경률 회계사 인터뷰 중-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김군들 “위험의 외주화”

원청, 하청, 재하청. 주변 어느 국가를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하도급 피라미드 현실 속에서 위험의 가장 최전선에 맞닿아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의 사고 소식은 이젠 결코 남의 일이라며 넘겨버릴 수 없는 가까운 현실이 됐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좀 가지고 한 번 더 지켜보면 안전사고는 줄어들 겁니다. 모든 피해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확실히 줄어드는 건 맞을 거예요.”-메탄올 실명 피해자 아버지 인터뷰 중-

이번 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장 전문적이어야 할 안전 업무의 하청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통해, 이제야 서서히 드러나는 외주화의 민낯과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에 질문을 던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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