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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화제성 MBC ‘W’에 밀려 추락…중국시장 공략의 딜레마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가 사전제작 드라마의 함정을 노출하며 방송가에 또다시 숙제를 안겨줬다.

지난 6일 첫회에서 12.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고 6회까지는 11~12%의 시청률을 유지했던 ‘함부로 애틋하게’는 MBC TV가 선수교체를 해 내세운 ‘W’가 등판하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보다도 비싼 값에 중국에 판권이 팔리고,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 중인 ‘함부로 애틋하게’는 김우빈-수지라는 톱스타와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이경희 작가의 조합으로 ‘태양의 후예’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첫회에서부터 낡고 낡은 신파로 허약한 체질을 노출했고, 이야기와 캐릭터가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겨울에 촬영한 배경마저 트렌드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2’를 꾀했지만

이경희 작가는 자신의 히트작이자 대표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속편 격으로 ‘함부로 애틋하게’를 썼지만, 2004년에 먹혔던 이야기와 설정을 12년 후에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결국 실패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27일 7회에서 8.6%, 28일 8회에서 8.9%를 기록하며 10% 아래로 시청률이 추락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자체적인 부실함과 경쟁작인 ‘W’의 상승세로 앞으로 반등이 힘겨워 보인다.

소지섭-임수정 주연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속칭 ‘미사 폐인’들을 양산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멜로 드라마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서서히 죽어가는 고독한 반항아 소지섭과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임수정은 그냥 그대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고, 이들이 빚어내는 연기 하모니는 이경희 작가의 절절한 스토리와 함께 가슴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했다면 그 정수만 뽑아다가 변형을 했어야 했다. ‘태양의 후예’처럼 스케일이 필요한 것도, 액션이라는 볼거리가 가미된 드라마도 아닌데, ‘함부로 애틋하게’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감성만을 재탕하려고 했을 뿐 시대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김우빈이 ‘최고의 한류스타’라는 설정만이 2016년의 시계를 따를 뿐이다. 시한부, 혼외자,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기억, 검사가 되라는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딴따라 연예인이 된 설정 등은 2004년의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아니고 그 옛날 ‘미워도 다시 한번’을 떠올리게 할 지경이다.

애틋한 감성을 살리려고 했으면 2016년의 감성과 트렌드에 맞춰야 했지만 드라마는 밑도 끝도 없이 절절함만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지루함을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해 화제성에서도 밀리고 있다. 김우빈과 수지는 분명 대중이 관심을 갖는 스타지만, 드라마는 이미 한계에 달한 인상을 준다.

다음소프트가 트위터 버즈량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방송프로그램 화제성지수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28일 81.41로, 91.53을 기록한 ‘W’에 뒤졌다. 심지어 버즈량은 ‘W’가 두 배가량 앞선다.

◇ 수정 불가…시청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지 못해

‘생방송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지만 그게 지금의 한류 드라마 신드롬을 만들어낸 동력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발 빠르고 손 빠른 한국 드라마 제작진이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장 최적화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드라마 제작 공정은 트렌드를 선도해나갔다.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제작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분초를 다투는 아슬아슬한 제작 환경 속에서 방송사고도 심심치 않았다.

살인적인 밤샘 촬영으로 배우들이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것도 다반사였고 심지어 배우가 촬영장을 무단 이탈해 드라마가 결방돼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모두 다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폐해다.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한국 시청자의 다양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참고해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에 반영하는 것은 ‘집단 창작’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면이 있었다.

특히 한류 드라마의 대표 주자인 로맨틱 코미디, 멜로에서 이같은 제작 방식은 주효했다. ‘24’ 같은 품이 많이 드는 미국 드라마는 생방송 제작으로 만들기 어렵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유행을 선도했고 그것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큰 시차 없이 통했다. 패션, 대사, 에피소드 등을 모두 최신 감각으로 할 수 있어 늘 새로웠다.

하지만 사전제작으로 모든 공정이 끝나버린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청자가 첫회에서부터 지루함을 토로했지만 수정이 불가능하다. 손을 댈 수가 없다.

내수 시장 침체 속 중국은 한류 드라마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고, 사전제작은 큰 의미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이 반드시 정답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이 좋은 캐스팅과 제작진이 만들어낸 결과가 ‘그들만의 잔치’로 막을 내리게 생겼으니 투입한 재료와 시간과 노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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