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는 열어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하고, 이름에 ‘더 라스트 찬스’라고 붙인 SBS TV ‘K팝스타’가 지난 9일 시즌6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6.7%. 웬만한 인기 드라마 뺨치는 성적이다.
박수받을 때 떠나는 예능의 뒷모습이 ‘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보내기엔 성적이 너무 좋은 게 ‘문제’(?)다.
SBS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예능 책임자가 13일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지상파 예능 침체 속 이 ‘보물단지’를 어찌 그냥 떠나보낼 수 있을까.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 시즌 최고 시청률
2011년 12월4일 시작한 이래 ‘K팝스타’는 SBS를 넘어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되며 시즌6까지 성공적으로 달려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인 엠넷 ‘슈퍼스타K’가 하향곡선을 그린 끝에 올해 시즌을 아예 ‘포기’까지 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K팝스타6’는 시청률과 수익에서 모두 역대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시즌6는 방송 내내 15% 전후의 성적을 냈다. 시즌 1~6을 통틀어 평균 성적이 가장 높다.
시즌1은 시청률 20%를 넘는 회도 나왔지만 한자릿대 시청률에서 출발하는 등 전체 평균 시청률에서 시즌6에 미치지 못한다.
SBS는 “시즌1 때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핫’할 때였고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지금보다 높았을 때라 20%를 넘는 회차가 나왔다”면서도 “하지만 전체 평균 시청률을 보면 시즌6이 전 회차 15% 전후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광고주들이 주목하는 20세부터 49세까지의 타깃 시청률도 최상위 수준으로 나왔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시청률이 30%일 때 2049 시청률은 11% 나왔다면, ‘K팝스타6’는 시청률이 17%일 때 2049 시청률은 10%가 나왔다는 게 SBS의 설명이다.
SBS는 “광고주들의 주목하는 2049 시청률에서 최상위 수준의 성적을 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수익 최소 300억…“대박이 난 건 사실”
광고업계에 따르면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는 매주 2회 연속 방송 중간에 붙는 ‘프리미엄 CM’으로만 최소 300억 원을 벌었다.
‘K팝스타6’는 높은 인기 속에 광고주들의 호응을 얻어 프리미엄 CM이 15초 광고 1개당 3억원 이상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4~6개의 프리미엄 CM을 판매했다.
3억짜리 4개씩만 팔아도 매주 12억원의 매출이 나오는데, 20주를 방송했으니 최소 240억 원의 매출이 여기서 나온다. 20주 중 절반인 10주만 6개씩 판매했다고 계산하면 매출은 300억 원이다.
이처럼 광고 단가가 높은 것은 ‘패키지 광고료’였기 때문이다. ‘K팝스타6’의 프리미엄 CM을 하려는 광고주는 SBS의 다른 프로그램 광고도 함께 구매해야 했다.
제작비는 회당 1억원 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40회 방송에 40억 원 이상을 썼다고 해도, 이는 ‘K팝스타6’ 앞뒤에 붙는 광고와 간접광고(PPL), 협찬광고, 주문형비디오(VOD) 수입 등으로 충분히 보전됐다고 볼 수 있다.
SBS는 “매출과 수익이 얼마인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대박이 난 건 사실”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 휴먼스토리로 폭넓은 세대 사로잡아
‘K팝스타6’는 휴먼스토리로 폭넓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젊은층이 주요 시청층인데 ‘K팝스타6’는 ‘가요무대’를 보는 60~70대 ‘어르신’들도 사로잡았다.
시즌6의 우승자는 11세 소년 듀오 보이프렌드(박현진·김종섭). ‘K팝스타’는 물론이고, 지금껏 국내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중 최연소 우승자다.
이들을 비롯해, ‘젊은 도전자’들에게는 언니, 오빠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폭넓은 세대의 응원이 따랐다.
남승용 SBS예능 본부장은 “심사위원들과 도전자의 관계가 학교 선생님과 학생 같은 구도였다”면서 “심사위원들의 애정어린 한마디 한마디가 도전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남 본부장은 “오디션에 붙고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들이 오가고, 도전자들이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감동적인 휴먼스토리가 됐다”고 말했다.
◇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재충전 되면?
‘K팝스타’는 ‘국내 3대 기획사 선발’을 앞세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시즌6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심사위원 3인방인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은 자신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첫방송에 앞서 박진영은 “참가자도 그렇고 저희 심사위원도 그렇고 점점 소모적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어느 순간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되더라”며 “심사위원과 참가자를 위해 이쯤에서 마지막 시즌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심사위원들 ‘덕’에 ‘단물 쓴물’ 다 빠지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K팝스타’는 절정의 순간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이게 ‘브레이크 타임’이 될 수도 있다.
남 본부장은 “시청자들이 ‘K팝스타’를 강하게 원하고, 그 기운이 모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