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파업 이후 회사가 자신을 부당하게 방송에서 배제한 일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손 아나운서는 “파업 이후 저는 여러 방송 업무에서 배제됐다. 휴직 후 돌아온 2015년 이후에는 오로지 라디오 뉴스만 진행했는데, 그런데 어느 날 라디오 종합 뉴스마저도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로 하차했다”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가 전한 하차 배경은 황당했다. 그는 “임원회의에서 모 고위직 임원이 ‘손정은이 자신에게 인사 안 했다’고 발언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전 그 고위직 임원과 마주친 적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손 아나운서는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자신의 방송 출연을 모두 막았다고 전했다.
“드라마 ‘몬스터’ 조연출 PD로부터 ‘드라마에서 앵커로 짧게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왔다. 담당 부장에게 보고했지만 아나운서국장이 ‘다른 사람 없냐’고 이야기하며 저의 출연을 막았다. 또 ‘경찰청 사람들’ 담당 제작진이 MC 자리를 저에게 직접 제의했다. 하지만 아나운서국에서 무산시켰다. 이어 라디오국이 저를 DJ 추천했지만 또 제외됐다. 라디오국에서는 아나운서국에서 저를 막았다고 이야기했다. 아나운서국장은 ‘다른 사람 시켜라’라면서 화를 냈다.”
김범도 MBC 아나운서협회장은 “2012년 파업 이후 MBC 아나운서들은 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는 비극과 고통을 경험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 조치를 당했고, 불과 얼마 전에 회사의 지속적인 방송 출연 정지 조치에 절망한 나머지 김소영 아나운서가 사표를 내 총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다”면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블랙리스트’(배제 명단)가 자행된 곳이 아나운서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협회장은 “김장겸 사장 등 현 경영진 및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저지른 블랙리스트 행위, 야만적인 갑질 행태를 알리고, 동시에 이런 위법행위를 자행한 경영진과 신 국장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장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무 거부에 돌입한 아나운서는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김나진, 서인, 구은영, 이성배, 이진, 강다솜, 김대호, 김초롱, 이재은, 박창현, 차예린, 임현주, 박연경 등 27명이다. 신동호 국장을 포함한 8명의 비조합원들과 11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는 동참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