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비승직기’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드라마지만 모두 26억뷰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철인왕후’는 중국 원작과 마찬가지로 현대 남성의 영혼이 조선 시대 비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중국 드라마에서는 옛 여자친구에 쫓기던 남성이 수영장에 빠져서 시공간이 바뀌는 타임슬립을 하게 된다. 한국 드라마 ‘철인왕후’는 이를 음모에 휘말린 청와대 요리사가 경찰에 쫓기다 수영장에 빠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조선 철인왕후와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으로 전환했다.
철인왕후는 조선 철종의 정비로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에서 두번째로 왕비가 된 인물이다.
철종은 온 가족이 역모에 휘말려 강화도로 피신해 왕이 되기 전까지 낚시를 하면서 지내 ‘강화도령’이란 별명이 있다. 역사에는 세도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정치를 바로잡지 못하고 여색에 빠져 지내다 즉위 14년 만에 병사했다고 알려져있다. 드라마 속에서 철종은 용포를 벗고 사복 차림으로 잠행을 하며 칼싸움에도 능해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태자비승직기’의 작가가 쓴 소설에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중국 욕인 ‘빵즈’가 등장하고, 고려 사신이 행패를 부리는 장면도 나온다. 또 한국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를 한국어로 부르며 조롱하기도 한다.
‘태자비승직기’는 현대 남성이 여성의 몸에 들어간 설정이라 여주인공이 험한 말을 자주 쓰는데 한국어 발음으로 한국어 욕을 한다. 또 저예산 드라마다 보니 출연 인물들이 뜬금없이 날아서 등장하는데 와이어 액션의 줄을 채 지우지 못해 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기도 한다.
‘철인왕후’ 제작진은 지난 9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는 하고는 있지만, 현대 남성의 영혼이 왕후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가져왔다”면서 “나머지 스토리나 이야기 전개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인왕후’ 첫 방송은 뻔뻔함과 표독함을 자연스레 오가는 능청스러운 신혜선의 연기 덕에 9.5%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