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가상의 고릴라 캐릭터 ‘링링’은 285㎏의 육중한 체구에도 야구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서 공을 치고 날렵하게 달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인간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거나 15세 소녀 웨이웨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털의 움직임, 표정과 근육 등이 자연스러웠다.
국내 최초 풀 3D 영화인 ‘미스터고’의 순제작비는 225억원. 그중 시각 효과(VFX) 작업에만 120억원이 들었다. 김용화(42) 감독이 4년 전 이 영화의 VFX를 할리우드에 의뢰했을 때 추산된 금액은 1억 달러(약 1000억원). 그는 사재를 털어 아시아 최초의 VFX 종합 전문 회사인 덱스터 디지털 스튜디오를 차렸고 업계의 전문가들을 모아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결국, 예산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 ‘미스터고’는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러더스가 제작비의 25%인 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중국 내 최소 50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 덱스터 디지털을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미국의 ILM과 3D 애니메이션 전문업체 ‘픽사’ 중간 성격의 아시아 3D 영화 본산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화 감독은 “할리우드의 전문가들이 직접 와서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할리우드보다 한국의 인력이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일단은 중화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VFX 의뢰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아바타’보다 뛰어난 입체감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미스터고’의 링링은 ‘어벤져스’의 영웅처럼 묘사되지 않는다. 고릴라 링링의 순수함을 통해 시기와 질투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