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개막작은 에바 웨버 감독의 ‘블랙 아웃’이다. 전기가 부족한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 기니의 아이들이 낮에는 노동에 시달리고 밤에는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공항이나 주유소, 부촌의 공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왼쪽)는 현재 1000만권의 책을 스캔해 인터넷상에 무너지지 않는 인터넷 도서관을 건설하고 있는 구글의 프로젝트를 통해 빅브러더의 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다큐멘터리다. ‘우리들의 닉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백악관에서 물러난 닉슨 대통령의 최측근이 8㎜ 카메라로 닉슨의 일상을 촬영해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이 밖에도 ‘게이트 키퍼’는 이스라엘의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신베트가 팔레스타인과의 대테러 전쟁의 실제 현장을 담은 자료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전쟁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월드 쇼케이스’ 부문에서는 최근 국제 뉴스 등을 통해 접한 사건들의 이면을 파헤치는 총 9편의 작품들이 초청됐다. 2011년 노르웨이 우토야 섬 총기난사 사건(‘우토야의 그날’),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들(‘빼앗긴 바다:소말리아 해적 이야기’), 일본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쓰나미 후에 오는 것들’) 등이 대표적이다. ‘가족과 교육’ 부문에서는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낸 ‘마리안과 팸’, ‘나의 어머니 그레텔’이 주요 작품이다.
올해 신설된 ‘도시와 건축’ 부문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모더니즘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관한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상영되고 기술과 문명 섹션에서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다룬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와 9·11 테러 이후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한 이스라엘 군수 산업의 이면을 조명한 ‘세상에 없던 무기도 만들어 드립니다’가 눈에 띈다.
음악 다큐멘터리도 주목해 볼 만하다. 비틀스의 유일한 개인 비서이자 팬클럽 매니저였던 프레다 켈리가 들려주는 비틀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오른쪽)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특별전’도 준비됐다. 프레다 켈리는 EIDF의 초청으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다. 헴리히는 ‘싱글 샷 시네마’라는 독특한 촬영기법을 선보이며 ‘태양의 눈’, ‘달의 형상’, ‘내 별자리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3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이다. 특히 고려대와 연계한 이번 영화제에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자를 초빙해 국내 다큐 제작자와 영상 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실무적인 제작과정을 강의하는 ‘EIDF 독 캠퍼스’도 열린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