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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도 휴먼 드라마도 아닌… 길 잃은 B급 영화

백혈병에 걸린 규완(정윤석)이는 어린이 드라마 ‘썬더맨’의 엄청난 팬이다. 아이언맨과 파워레인저를 반씩 섞어놓은 듯한 썬더맨은 규완이에게는 영웅과 같다. 아빠 주연(오정세)은 창고에서 짐을 나르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처지다. 병원에서는 당장 치료비를 내지 않으면 부자를 내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시청률 부진으로 ‘썬더맨’이 급작스럽게 종영한다. 크게 실망한 규완이는 식음을 전폐한 채 투정을 부리고, 8년 만에 나타난 엄마 세영(황인영)은 “아빠가 되어서 그동안 해준 것도 없지 않느냐”며 규완이를 데려가겠다고 나선다. 죽음을 앞둔 규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썬더맨이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 주연은 친구들과 직접 ‘썬더맨’을 찍기로 결심하고 제작사를 찾아간다.


‘히어로’는 기발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어느 영화 감독이 “이런 영화를 떠올리지 못하다니 아쉽다”며 공공연히 농담 섞인 부러움을 나타냈을 정도다. 그러나 ‘히어로’는 발랄하고 따뜻한 이야기의 장점을 거의 살리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아이와 어른 중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영화의 웃음 코드는 낯설고, 어른에게 이야기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장르적 특성으로 이야기의 빈틈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연의 남발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만큼 심각하다.

웃음과 울음,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웃음을 유발하려는 상황은 과장돼 있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세영이 ‘헤어샵’에서 일한다며 잘난 척을 하고, 감옥에서 출소한 영탁(박철민)이 두부를 우물우물 삼키다 “유전자 조작 콩인가보다”며 내뱉는 식이다.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가는 힘도 부친다. 영화 속 대사처럼 ‘히어로’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이야기를 빚지고 있지만 영화의 호흡은 관객이 아버지의 고군분투에서 ‘마지막 잎새’의 감동을 느끼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B급 영화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마냥 옹호하기에는 이 영화만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지하고 빛나는 것은 오정세의 연기이지만 그나마도 영화의 만듦새에 빛이 바랬다. 김봉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99분.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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