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에 실려 있는 이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다. 지난 2일 개봉한 캐나다 출신 명장 드니 빌뇌브의 최신작 ‘프리즈너스’(Prisoners). 아빠는 그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형사는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고 믿는다. 이래저래 수도 없이 목격해온, 식상할 대로 식상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즉 플롯은 적잖은 지점에서 예상을 비켜선다.
상투적 반전과는 또 다른 맛으로 비튼 스토리를 음미하는 재미가 여간 짭짤하지 않다. 2시간 30분여의 긴 상영시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길되 과잉으로 흐르지 않으며, 스토리텔링의 짜임새가 그만큼 촘촘하다. 게다가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이 아빠와 형사를 연기한다.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할 대로 섬세한 열연을 선보인다. 과장이 아니라, 미국 영화계의 두 스타 배우의 대조적 연기 해석과 성격화를 지켜보는 맛으로도 영화는 ‘강추’에 값한다. 여러모로 ‘레미제라블’의 장 발장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잭에 비견될 만하다. 그 비교의 맛이 영화의 감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준다.
여기까지가 가시적 요소들이라면, 이 영화의 또 다른 가치는 비가시적 덕목들에 잠복해 있다. 영화는 핵심 사건인 유괴나 그 유괴와 관련해 드러나는 연쇄살인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제목이 암시하듯 사건(들)이 야기하는 반응들에 초점을 맞춘다. 소재상으로는 자극을 넘어 선정으로 샐 수도 있을 영화는 단 한순간도 일탈하지 않는다. 영화는 저들의 드라마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선다.
이쯤에서 감독 드니 빌뇌브란 이름을 기억하라고 권한다면, 평론가 특유의 잰 체하기가 될까? 그래도 하는 수 없다. 두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나이(드니가 위다)에서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그는 ‘캐나다의 봉준호’다.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등에 공식 초청된 장편 데뷔작 ‘지구에서의 8월 32일’(1998)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재확인시켜준 ‘대혼란’(2000), 칸 감독주간에서 선보였던 ‘폴리테크닉’(2009),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굳힌 시대의 걸작 ‘그을린 사랑’(2010), 그리고 ‘프리즈너스’에 이르기까지 과작의 작가라는 점도 닮았다.
가장 큰 유사점은 무엇보다 “독특한 시각 연출방식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두 감독은 드라마틱하다 못해 충격적인 개인사를 통해 사회를 말하면서도 결코 개인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며, 그 개인들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란성 쌍둥이라 할 만하다. 흥미롭지 않은가. 153분. 청소년 관람불가.
전찬일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