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혹시 영화적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좋다. 극의 대부분은 시간대를 넘나드는 타임슬립형 로맨틱 코미디로, 워킹타이틀사 특유의 통통 튀면서도 흥미로운 전개 방식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소재 역시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시간여행을 선택했다. ‘만일 당신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갈 것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이 소재를 꽤 개연성 있는 에피소드로 촘촘하게 엮어간다.
영화 속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벽장 안처럼 밀폐되고 어두운 공간에서 두 손을 꽉 쥐고 눈만 감으면 자신이 원하는 때로 갈 수 있다. 팀은 이 놀라운 능력을 자신의 사랑을 찾는 데 쓰기로 한다. 어린 시절 첫사랑에게 고백 한번 못했던 때로 돌아가 봤지만 역시 똑같은 결과를 얻은 팀은 런던에서 한눈에 반한 메리(레이첼 맥 애덤스)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아내고 수십 차례 과거로 돌아가 완벽하게 사랑을 쟁취한다.
하지만 꼭 과거로 다시 돌아가 인생의 테이프를 되감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며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팀은 동생의 사고와 아버지와의 관계 등을 통해 평범하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다소 평범한 인생의 교훈을 깨닫는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의 각본을 맡고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했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관을 충실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탓인지 후반부에는 극의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 15세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