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누군가와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그것이 자신이 너무나 그리워하는 대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6일 개봉한 멜로 영화 ‘페이스 오브 러브’의 주인공 니키(아네트 베닝)가 바로 그런 경우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니키의 혼란은 커져간다. 자신이 과연 전 남편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인지, 새로운 사랑을 만난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갈등을 겪는다.
줄거리만 보면 다소 밋밋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개연성 있는 전개와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관록 있는 연기가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러브 어페어’(1994)에서 잔잔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아네트 베닝은 이 영화에서는 사랑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한 눈빛 연기를 통해 전달한다. 톰과 가렛의 1인 2역 연기를 보여준 에드 해리스의 연기도 몰입도가 높다. 끝까지 톰이 전남편과 닮은 사실을 숨기려는 니키와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도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전남편의 친구이자 니키의 주변을 한결같이 지키는 로저 역에는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다.
‘할리우드의 젊은 피’로 통하는 아리 포신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가 남편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우연히 마주친 일화를 토대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다. 화면은 감성을 자극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집은 영화의 집중력을 높인다. 15세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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