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에 익숙한 중장년층 관객들이 대거 영화관을 찾았고, 이순신 관련 콘텐츠는 영화뿐 아니라 문학 등 인접 분야로 확산했다.
◇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이끈 ‘명량’
’성웅’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고자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20~30대뿐 아니라 40~50대도 극장을 많이 찾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상영관 CGV에 따르면 20~30대 관객이 ‘명량’ 관객의 57.5%을 차지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으나 40~50대 관객도 37.5%나 됐다. 그러나 60대 이상은 1% 남짓에 불과했다.
전쟁 영화라는 편견을 깨고 남성(41.9%)보다 여성(57.8%) 관객이 더 많았다.
영화를 한 번 이상 더 보는 재관람률도 3.7%나 됐다.
이 같은 행보는 지금까지 천만 영화가 보여준 결과와 비슷하다.
기존 천만 돌파 영화들이 개봉 후 4주간 10대 비중은 4.3% 이상, 40~44세 비중은 14.9% 이상이다.
◇ 이순신 서적 ‘봇물’…장난감과 강의까지 인기
영화에서 촉발된 ‘이순신 특수’는 서점가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를 시작으로 ‘이순신의 제국’ ‘난중일기’ ‘진심진력: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이순신의 리더십’ ‘명량’ ‘불멸의 이순신’ 등이 출간 혹은 재출간됐다.
또, 이순신 관련 서적은 약 150종이나 됐고, 판매량은 7월 한 달간 교보문고에서만 1천705권에 이르러 작년 같은 기간(1천102권) 보다 약 54% 급증했다.
특히 스테디셀러인 김훈의 ‘칼의 노래’는 평일 700부가 넘게 출고됐다. 영화 개봉 전에 100여 권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7배나 증가한 셈이다.
’명량’ 개봉일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오픈마켓 옥션’에선 이순신과 임진왜란 등 조선시대 역사문학 도서 상품 매출이 225% 증가했다.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을 재현한 옥스퍼드 블록 같은 장난감은 같은 기간 판매가 60% 늘었다. 인터넷에서는 ‘명량’에 대한 해설 강의까지 나오기까지 했다.
◇ 정치권도 재계도 너도나도 ‘이순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 등이 ‘명량’을 관람하는 등 정치권에서 ‘명량’을 보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도 지난 5일 저녁 과장급 이상 직원들과 함께 시내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 재계 CEO들은 ‘명량’을 보고나서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회의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량’의 돌풍이 정·관·재계까지 휘몰아치면서 넥타이 부대 등 일반 회사원들의 발걸음도 극장가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직장인 박미영(가명) 씨는 “평일 저녁 혼자 ‘명량’을 보러 갔는데 매진 사례가 잇달았다”며 “일반 관객들도 많았지만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단체로 관람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CGV 홍보팀 관계자는 “기업체에서 ‘명량’에 대한 단체관람 문의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영화의 인기와 관련, 트위터를 통해 “영화의 인기라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 할 듯”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난관을 극복하는 승리…실화의 힘
’명량’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13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침몰시키는 대역전극에 있다.
더구나 상대는 일본이다. 일반 한일전도 재밌는데, 차와 포를 다 떼고 누구나 질 거라 예상한 한일전에서 압승한 경기를 보는 듯한 쾌감을 영화는 전해준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오랜 불황에 따른 실망감이 이순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클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국민도 많다”며 “이런 위기일수록 국민은 우리나라를 이끌어 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경을 딛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내용을 담았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변호인’(2013) 같은 영화들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