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고아성은 스물세살의 여배우로는 드물게 연예인보다는 연기자, 스타보다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다.
19일 오후(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 한국관에서 만난 고아성은 공포 스릴러인 ‘오피스’에 출연한 데 대해 “음침한 영화 출연을 즐긴다”며 “스릴러에 대한 편견과 전형적인 패턴을 깨는 신선한 영화라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회사로 들어온 김병국 과장(배성우)과 그의 동료들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일을 그린 ‘오피스’에서 고아성이 맡은 인물은 조직의 피라미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턴 미례다.
고아성은 아역 출신으로 배우로만 살아가면서 회사원을 연기할 때 어려움을 묻자 먼저 “배우랑 회사원이 구분이 뚜렷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크게 다를 것은 없다”며 “배우 세계에도 정치는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물론 이해 못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이 온전히 될 수는 없지 않나”며 “회사원인 지인을 롤모델로 삼기도 했고 광화문 커피숍에 들어가 회사원들이 오가는 걸 한참 바라보며 연구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로서 세상을 회사라는 조직에 빗댄다면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물음에 고아성은 ‘인턴’이자 ‘홈리스’라고 했다.
최근 인기를 끈 TV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니 ‘인턴’이고, 정치적인 면을 생각하면 노숙자나 다름없다는 재치있는 답변이다.
최근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겨우 짬을 내어 칸을 찾은 고아성은 TV드라마와 영화의 세계를 오가는 데 대해 “미궁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는 3개월 동안 2시간짜리를 찍는데 드라마는 3일에 4시간짜리를 찍기에 연기하면서 쓰는 내 감정이 수십 배”라며 “그에 집중하다가 이번에 작년에 했던 영화를 보게 되니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칸에서만큼은 드라마를 잊고 지인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전작 중 칸 초청작으로는 ‘괴물’(2006), ‘여행자’(2009)이 있다.
그는 “더 어렸을 때는 칸에 혼자 와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갔는데 이제는 개인적으로 알게 된 지인들이나 영상학과 동기들 등 만날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만날 지인에는 외국 영화인들도 포함된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한국·프랑스 합작인 ‘여행자’ 등 다국적 영화에 참여했으며 다양한 작품으로 해외 영화제를 여러 차례 찾았다.
그는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과는 1년에 두어 번 꾸준히 만나며 연락하고 지낸다”며 “틸다가 서울에 오거나 제가 유럽에 가면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아역으로 출발한 그는 점점 나이에 맞는 옷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연기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봄 역을 맡았을 때 서봄을 아역으로 보고 주변에서 말리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고아성은 “아역 배우가 성장하는 순리가 성인 역을 처음 맡고, 키스신을 찍고, 점점 농염한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한다”며 “시작부터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이번 드라마는 그 순리를 배반하고 주변의 걱정을 깨버린 데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염한 역할을 맡을 것 같은지 물음에는 “아직 생각 안 해봤지만, 끌리면 하게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파격이라면”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