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시각장애인 유예은(13) 양은 엄마의 노랫소리만 듣고 세 살 때부터 스스로 피아노를 익혔다.

아직 피아노가 어렵고 세상은 두렵지만, 자신을 늘 믿어주는 엄마와 불편한 몸으로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 애쓰는 아빠, 피아노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훈남 선생님’ 덕에 유 양은 곡을 쓰고 피아노를 치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내달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피아노’(감독 임성구)에 담겼다.

유 양은 24일 오후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 후 간담회에 참석해 “설렌다”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개봉하는 소감을 밝히면서 “모두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유 양은 바흐 전주곡과 자신이 직접 쓴 ‘행복의 왈츠’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유 양을 가르친 피아니스트 이진욱은 이 연주에 대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아름답다”며 “예은이가 클래식을 연주할 때와 자신이 만든 선율을 연주할 때 다르게 들리는 건 따뜻함이 있기 때문으로, 예은이는 따뜻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유 양은 보통 연습하는 일반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할 때 차이에 관한 질문에 “일반 피아노는 가벼운 느낌이 들고, 그랜드 피아노는 무거운 느낌이 든다”며 “(그랜드 피아노 치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해맑게 답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유 양은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레슨도 열심히 받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면서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이진욱은 “무조건 쇼팽과 바흐를 연주하고 콩쿠르에 나가 상 받아야 하는 게 제도권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며 “예은이가 제도권 교육에 맞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유 양의 어머니 박정순 씨가 딸을 향한 전적인 믿음을 보내며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박 씨는 간담회에서 “부모한테 자식은 다 소중하기에 우리만 특별한 건 아니다”며 “제작사 대표님이 ‘흥행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설득했고 예은이가 자라는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예은이에게 (출연을) 하자고 말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임 감독은 “예은이가 TV 프로그램에 이미 노출됐기에 영화를 찍는다는 데 부담감이 있었지만, 예은이는 달랐다”며 “방송처럼 사연에 집중하기보다 예은이의 음악세계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슬픈 영화가 아니라 희망의 영화”라며 “예은이도 6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는데, 성인이 돼서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고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80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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