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흥미롭고 현란하게 펼쳐진다. 주인공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화면 바깥의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녀 배우 마고 로비와 인기 팝가수 셀레나 고메즈,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세계적인 셰프이자 유명 방송인 앤서니 부르댕이 카메오로 출연해 전문용어를 일상에 빗대 쉽게 설명해 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진수성찬에 다름 아니다. 크리스천 베일에 스티브 커렐, 라이언 고슬링을 중심축으로, 영화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까지 얼굴을 비친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원작자다. 그의 작품 중 ‘머니볼’ ‘블라인드 사이드’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됐다.
영화는 괴짜들이 월스트리트를 통쾌하게 물 먹였다는 식의 무용담으로 흐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윤리와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시장경제 원리도 별무소용인 미 금융 시스템의 민낯과 거품으로 가득 찬 주택 시장의 현실을 들이대며 관객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피트가 연기한 은퇴한 트레이더 벤 리커트가 일생일대의 큰돈을 벌게 됐다며 환호하는 새내기 자산관리사 찰리와 제이미를 꾸짖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그 말인즉슨,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잃는다고. 난 은행권이 비인간적이라서 싫어.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웃음 포인트가 상당히 많은 영화인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웃음을 터뜨리다 보면 무엇인가 뒷머리를 잡아채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괜찮은 건가?’ 130분. 청소년 관람 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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