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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에서 구원 투수로 돌아온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처음엔 고사… 사태에 책임 느껴 수락
올 영화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
프랑스서도 우려… 칸 미팅 일정 빼곡
이번 합의, 미봉책 아닌 자율성 보장 초석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늘을 있게 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영화제 일선에 복귀한다. 사진은 지난해 영화제 20주년 당시의 모습.<br>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이자 15년간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이끌어 오다 2010년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동호(79) 명예집행위원장이 구원 투수가 돼 돌아왔다. 그간 갈등을 거듭하던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지난 9일 그를 새 민간 조직위원장에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 내는 것에서부터 향후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투명성 등을 담보하는 정관 개정까지 중책이 맡겨졌다. 10일 칸국제영화제 참석차 출국을 앞둔 김 명예위원장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초 조직위원장 제안을 고사했다고 들었다.

-명예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끝까지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제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영화제 창설자인 나라도 나서서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영화제와 관련된 여러 사태에 대해 나 자신도 책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사죄부터 드리고 싶다.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 어깨가 무겁다.

→그간의 파행으로 올해 영화제가 제대로 열릴지 걱정이 많은데.

-잃어버린 시간이 있지만 처음 영화제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뛸 생각이다. 지난해 수준까지는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올해 영화제를 잘 치르는 게 당면 과제다. 어제 아침에도 주한 프랑스대사와 조찬을 했는데, 프랑스 영화인들이 올해 부산영화제가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제가 열릴지 회의적이라 작품을 출품해야 할지 말지 결정을 못 하고 미루는 해외 영화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칸영화제 기간이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

-해외 영화인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서 올해 부산영화제가 예정대로 열리니 꼭 와 달라, 꼭 출품을 해 달라고 계속 부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물론 크고 작은 영화제 집행위원장, 주요 영화 기구 책임자들과의 미팅 일정을 빼곡히 잡아 놨다. 매년 칸에 갔지만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는 여유가 있어 영화를 많이 봤는데, 올해는 영화보다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다.

→이번 합의가 미봉책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위원과 집행위원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조직위원장이다. 그동안 부산시장이 전권을 행사하다시피 했는데, 이 자리 자체가 민간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꿰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의 초석을 쌓은 셈이다.

→국내 영화인들은 보이콧 선언을 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인들을 볼 수 있을는지.

-가능하다고 본다. 조만간 임시총회를 통해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되면 적극적으로 다니며 영화제 참여를 설득할 예정이다.

→정관 개정의 세부 사항을 놓고 영화제와 부산시의 입장이 달라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아닐까.

-부산시가 당초 영화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영화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간 바깥에서 영화제를 지켜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부산시, 부산시민, 영화인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할 생각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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