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국 좌파성향의 노장 감독 켄 로치(80)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을 목수 일을 하다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된 다니엘 블레이크가 실업보험을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그리며 영국의 관료주의와 복지제도의 맹점을 비판한 영화다.
켄 로치는 이번 영화를 포함, 칸의 레드 카펫을 13번이나 밟을 정도로 칸의 총애를 받아온 감독이다.
그는 2006년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이미 한 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아 2회 수상자 대열에 들게 됐다.
황금종려상의 최다 수상 기록은 2회로, 현재까지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에미르 쿠스투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미하엘 하네케 등 7명에 불과하다.
켄 로치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우리를 파국으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에 의해 추동된 긴축정책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며 사회비판적인 수상소감을 밝혔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칸의 기린아’인 캐나다의 자비에 돌란 감독이 연출한 ‘단지, 세상의 끝’에로 돌아갔다.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려 가족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던 작가가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올해 27세인 돌란 감독은 영화 시사회 후 언론으로부터 저조한 평가를 받았으나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칸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재확인됐다.
감독상은 ‘바칼로레아’를 연출한 크리스티안 문주와 ‘퍼스널 쇼퍼’를 출품한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영국 출신 여성 감독인 앤드리아 아널드가 감독한 ‘아메리칸 허니’가, 각본상은 ‘세일즈맨’을 쓴 아쉬가르 파르하디가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세일즈맨’의 샤하브 호세이니가, 여우주연상은 ‘마 로사’의 자클린 호세가 각각 챙겼다.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가 연출한 ‘세일즈맨’이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한 영화에 복수의 상을 잘 수여하지 않는 칸 영화제의 관례에 비췄을 때 이례적이다.
한국영화로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 감독은 앞선 두 차례 초청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아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