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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여배우 영희(김민희)는 영화감독 상원(문성근)의 얼굴을 모래에 새깁니다.
“머리도 벗겨지고 잘생기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가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부인도 자식도 있는 그를, 그녀는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희는 뜬금없이 절을 올립니다.
그녀는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을 택하겠다고.
영화감독 상원은 말합니다.
“그때부터, 나는 정상이 아니다”
매일 후회했다고 합니다.
괴물이 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후회도 자꾸 하다 보니 달콤해져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감독 홍상수와 여배우 김민희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떳떳하게’ 밝혔습니다.
당신들은 ‘진짜 사랑’을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말을 빌려,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은 알고 보면 사소한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네들의 사랑은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더 고상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진짜 사랑’을 하는 당신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세상에 단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그런 사랑을 한다는 것은,
영화감독 상원의 말대로 지금 죽어도 좋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존중 받고 싶다고 말한 당신에겐 죄가 없습니다.
우리는 간통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랑과 배신과 누군가의 마음을 찢어놓는 일은,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그런 사랑을 하는 당신들이 너무도 당당해서,
불륜이 ‘진짜 사랑’이 되고, 한 가정을 깨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될까봐.
다만 그것이 걱정입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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