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에드만’ ‘토니 에드만’](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3/17/SSI_20170317002329_V.jpg)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1/05/SSI_20170105174018_V.jpg)
딸의 이름은 이네스(산드라 휠러). 그녀는 루마니아에서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네스의 회사로 빈프리트가 불쑥 찾아온다. 아버지는 겸사겸사 왔다. 반려견 빌리가 세상을 떠나 마음이 어수선하기도 하고, 지난 번 딸의 생일을 잊어 선물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도 마음에 남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빈프리트의 장난기는 어김없이 발동한다. 그것은 그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이네스와 작별한 뒤, 다시 그녀 앞에 토니 에드만이 되어 등장할 때 정점을 찍는다. 그는 딸의 공적인 일터와 사적인 모임에 계속 얼굴을 비춘다.
인생의 행복 따위는 자문하지 않고, 자본의 교환 논리만 충실하게 따르는 이네스의 삶을 바꾸고 싶어서다. 전에 빈프리트로서는 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지금은 토니 에드만으로서 이와 같은 시도를 한 번 더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진짜 변하게 되는 계기는 따로 있다. 아버지가 털복숭이 탈을 뒤집어쓰고 나타나 불안해하는 딸을 꼭 안아 주었을 때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다독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소통의 매개인 말이 사라진 다음에야 오히려 소통에 이른다는 역설이다. ‘토니 에드만’이 호평받는 이유를 납득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여기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되짚는 해석의 수고를 꽤 많이 들여야 한다. 1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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