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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할 때마다 바뀌는 진술…배우들이 돋보인 법정드라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은 살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만들어 온 감성 돋는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느닷없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장면을 진실이라고 믿고 영화를 지켜보면 곤란할 것 같다.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스미(야쿠쇼 고지)의 변론을 맡게 된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입장이 딱 그러하다. 미스미는 수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자신이 일하던 식품공장 사장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고. 의뢰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따위는 변론에 필요 없다는 게 지론인 시게모리는 미스미의 범행을 계획 살인보다는 우발적 살인, 금전 관계보다는 원한 관계 살인으로, 또 돈을 뺏으려고 살인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다가 엉겁결에 돈을 훔쳤다는 식으로 사건을 몰고 가 어떻게 해서든 형량을 낮추려 할 뿐이다. 그런데 접견을 할 때마다 미스미의 진술이 조금씩 바뀐다. 미스미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에 초점을 맞추려던 시게모리는 궁금해진다. 사건의 진실이. 여기에 공장 사장의 딸인 사키에(히로세 스즈)까지 끼어들며 실타래가 더욱 얽히고설킨다. 재판이 끝나고, 사키에는 시게모리에게 말한다. 여기선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누굴 심판하느냐는 누가 정하는 거냐고.

법정 드라마지만 서스펜스는 없다. 느릿느릿 높낮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지루할 새가 없는 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다. 일본의 슈퍼스타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국민 배우 야쿠쇼 고지, 그리고 톱 여배우를 예약한 히로세 스즈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치밀한 심리극으로 전개되는 두 남자의 접견 장면이 돋보이는데 그들의 얼굴이 접견실 칸막이 사이로 겹쳐지는 마지막 장면이 백미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히로세 스즈도 대선배들 사이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히로세 스즈는 각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고레에다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제목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는 세 번째 살인은 실제 등장하지 않는다. 30년 전과 현재의 사건이 다뤄질 뿐이다.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은 누가 저질렀으며 또 그 피해자는 누구인지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는 듯하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게 된 오늘날의 법정, 피해자는 우리 중 그 누구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까. 영화를 보며 ‘1+1=2’를 선호하는 경우라면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던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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