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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서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곤지암 정신병원’. 1979년 환자 42명이 집단 자살하고 병원장이 실종된 이후 괴담만 무성한 채 폐허가 된 이곳에 유튜브 공포 채널 ‘호러 타임즈’의 체험단 7명이 탐험에 나선다. 이들의 임무는 각자 몸에 중계 카메라를 붙이고 병원 구석구석을 돌며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찍어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것. 생방송으로 적당한 수익도 올리고 재미도 보려고 했던 이들은 낄낄대며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병원에서 이내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빼어난 영상미를 뽐낸 ‘기담’(2007)으로 한국 공포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정범식 감독은 신작 ‘곤지암’에서 또 한 번 신선한 시도를 한다. 공포물과 BJ방송을 즐기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한 곤지암은 ‘체험 공포물’을 표방한다.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러닝타임(94분)의 90% 이상을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채웠다. 배우들은 모두 직접 고프로 카메라 등을 몸에 장착하고 촬영했다. 스크린에는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본 병원의 살풍경한 모습과 겁에 질린 얼굴들이 수시로 교차한다. 인터넷 개인 방송을 보는 듯, 사정없이 흔들리고 끊기고 초점을 잃은 영상은 날것의 공포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같은 방식은 외국 공포영화 ‘블레어 위치’ 등에서 쓰였던 것으로 한국 공포물에서는 처음이다. 출연 배우 모두가 신인이라 일반인이 중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 공포감과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기이한 현상이 거듭될수록 체험단은 두려움에 진저리 치지만, 조회 수를 높여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체험단 대장은 이들에게 체험을 계속하라고 몰아붙인다. 갈등이 몸집을 불릴수록 공포의 강도도 점점 고조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 타듯 비명을 지르며 신나게 즐겨주길 바란다”는 감독의 말이 곧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공포체험이라는 콘셉트에 마음의 준비를 했거나, 웬만한 공포물에 단련된 관객이라면 말초적인 놀람 외에 둔중한 두려움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엠티를 떠나듯 한껏 짓까불고 흥분에 찬 초반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시동을 거는 중반까지는 다소 전형적으로 전개된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은 1996년 폐원했고 집단 자살이나 병원장 실종 등 영화 속 설정은 허구다. 영화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나 실제 병원의 건물주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15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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