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영화 장인 112명이 평생의 업으로 삼은 영화에 관한 소회를 털어놓은 책이 있다. 한 권이 아니라 무려 7권인데 늘 과감하고 야심찬 기획으로 유명한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낱권으로는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린다. 무려 22만원.
어떻게 하필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일을 사랑하게 됐을까? 수십 년 세월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과 싸워야만 했고 또 무엇을 걸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이런 의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필름크래프트’는 영화 전문 출판사 포컬프레스가 기획·출간했다. 촬영과 연출, 제작,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디자인, 시나리오 등 일곱 부문의 장인 11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2000여 의 컬러 스틸 컷과 함께 담았다.
한국인 장인으로는 둘이 포함됐다. 이창동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다. 박찬욱 감독은 “청소년기에 나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프롤로그로 영화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데, 제임스 본드 영화의 영향이 잠재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킹덤’의 감독 페터 알백 옌슨은 라스 폰 트리에를 만난 극적인 순간을 돌아본다. “그나 나나 모두 파산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두 실패자가 함께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부기 나이트’ ‘어둠 속의 댄서’의 패션 디자이너 마크 브리지스는 “‘패션 쪽 일을 해 볼 생각은 없었나요?’라고 물어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궁극적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목적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고, 의상은 단지 영화의 한 부분일 따름이지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디자인한 것을 구입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것이 내 목적은 아니에요”라고 밝혔다. 이런 식이다.
다른 책에서 접할 수 없었던 명작 탄생의 숨은 얘기들, 바깥에 알려진 적 없는 작업 노트가 실려 있다. 현장의 영화인이 매일 마주치고 씨름하고 답을 찾으려 애쓰는 거의 모든 문제와 상황을 거장의 얘기로 들어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