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미드소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의 전작 ‘유전’(2017) 때문일 것이다. 한 가족의 벗어날 수 없는 비극을 그린 ‘유전’은 첫 영화임에도 복선을 치밀하게 활용한 탄탄한 스토리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결말이 다소 모호해 영화를 본 누리꾼들이 저마다 흥미진진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드소마’는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휴 분)와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분) 일행이 스웨덴 출신 친구 펠레가 살던 오지 마을 ‘호르가’를 함께 방문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해가 가장 긴 날인 하지에 열리는 축제 ‘미드소마’(Midsommar)는 ‘한여름’이라는 뜻으로,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이어진다. 마침 대니 일행이 방문한 때는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이어진다.
영화 곳곳에 복선을 깔고 적재적소에 단서를 던지는 감독의 특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예컨대 대니 집의 그림, ‘사랑의 묘약’ 제작 방법을 그린 천, 마을 주민들이 추는 춤, 마을 숙소 벽화들이 모두 놓쳐서는 안 될 요소들이다. 다소 이해 가지 않던 장면을 뒤늦게 깨닫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달까. 숫자 ‘9’와 배수인 ‘18’처럼 핵심 코드로 사용한 상징적인 요소들 역시 풍부하다. 이번 영화 역시 결말이 명쾌하지 않다. 모호한 마무리를 두고 영화를 먼저 본 누리꾼들이 벌써부터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인물들에 초점을 뒀던 전작과 달리 여러 인물이 등장해 집중도는 다소 떨어진다. 와이드 쇼트 장면이 많고, 카메라 워크도 느린 편이어서 지루한 느낌마저 준다. 자극적인 장면과 귀에 거슬리는 현악기 음향 탓에 영화 보는 내내 상당한 불쾌감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피가 철철 넘치는 장면으로만 승부하는 여타 공포영화와 달리 잘 짜인 이야기 속에서 퍼즐 풀 듯 영화를 보면 즐길 만한 영화가 될 수 있다. 감독의 세 번째 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