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 갔다 국제범죄에 휘말린 형사역
코로나19 탓에 수차례 개봉을 연기한 끝에 관객들과 만나는 ‘국제수사는 오래 기다려 온 팬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아쉬움 범벅이다. 친구 용배(김상호 분)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집을 경매에 넘길 위기에 몰린 병수는 가족들의 성화에 필리핀 여행에 나선다. 필리핀 감옥에 수감된 용배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군이 바닷속에 떨어뜨렸다는 금괴인 ‘야마시타 골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찾아 나서지만, 돈 냄새를 맡은 이는 병수만이 아니다.
야마시타 골드를 차지하기 위한 좌충우돌이 영화의 골자인데 관객들에게 웃을 여지를 주기에 영화는 모자란 점이 많다.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돈을 뜯어내는 ‘글로벌 셋업 범죄’라는 타이틀에 비해서는 정교함이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허술함을 나타내는 말로 “여긴 필리핀이야”라는 대사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데, 아무리 섬만 7000개가 넘는 필리핀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감옥을 들고 나는 게 무시로 일어나는 무법천지로 그린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용배와 병수를 겁박해 야마시타 골드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악역 패트릭(김희원 분)은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아서 악역으로서의 매력이 없다.
●시골형사役 익살스러운 말맛 등 아쉬워
무게감 있는 시대극에서 빛을 발하던 곽도원의 연기도 장르물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시골 형사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는 충실하지만, 코미디극에서 필수불가결한 과장된 제스처나 익살스러운 말맛이 부재한 탓이다. 여기가 웃을 포인트라고 콕 집어 알려 줘야 하는데, 곽도원의 코미디 연기에는 그런 ‘깜빡이’가 없다. 그나마 극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후배 만철 역을 맡은 김대명의 자연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다. 어눌하지만 의뭉스러운 캐릭터를 그만의 능청스러움으로 잘 소화했다. 여기에 뜬금없이 등장해 병수, 만철을 돕는 필리핀 ‘거지 콤비’의 액션이 영화의 유일무이한 웃음 포인트다. 15세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