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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이지은 지음/창비/164쪽/1만 6000원

이지은 그림책 작가
이지은 그림책 작가


‘팥빙수의 전설’, ‘이파라파냐무냐무’, ‘친구의 전설’, ‘태양 왕 수바’, ‘츠츠츠츠’까지 천진한 그림과 유머 속에 서로 다른 존재의 연대를 그려 냈던 그림책 작가 이지은(48)이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를 찾아왔다. 소설 ‘울지 않는 달’은 달과 늑대 그리고 인간 아이의 연대를 그린다.

사람들은 달이 자신들을 보살핀다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달은 바랐다. “먼지보다도 작게 부서져 한 톨의 자신도 남지 않기를, 그 누구도 자신에게 기도할 수 없기를.” 달에게 하늘은 감옥과 같았다. 그런데 불현듯 알 수 없는 이유로 땅에 떨어진 달은 몸을 움직이게 되고 눈을 감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손이 돋아나기도 한다.

그런 달도 인간 아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한다. 달은 자신이 인간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지만,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전쟁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를 구한다. ‘카나’라는 이름을 가진 늑대와 달 그리고 아이가 함께하는 새로운 생의 한 페이지가 시작된다.

시작만 해도 달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이었다. “짐승과 인간이 언제까지 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끝을 보고 싶었다. 꼭 보아야만 했다. 달은 처음으로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 생겼다.”



모두 결핍을 지닌 존재들이지만, 그 속에서 아이는 자란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 카나가 있다. 달은 그런 카나가 신기하면서도 의아하다. 동시에 카나와 아이를 더 알아 가고 싶어진다.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전쟁과 자연 파괴로 터전을 잃은 멧돼지들의 공격으로 균열이 생긴다. 카나는 은빛 털이 붉은색이 될 때까지 싸우고 발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코끝은 계속 아이의 냄새를 찾는다. 하얗고 둥그런 달도 변화한다. 몸 곳곳에 금이 가서 바스러지고, 반달이 되고 마침내 어두운 폭포 속으로 사라진다.

달과 늑대 그리고 인간 아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서로의 곁을 내어 주는 일. 그 지순한 연대 속에서 우리는 진짜 사랑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줄거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가가 직접 그린 여러 편의 삽화는 책장 사이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달과 카나와 아이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그 뒤로 흐르는 낮과 밤과 계절의 변화가 다채롭게 담긴 그림은 독자의 마음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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