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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란 게 있는걸까. 배우 박중훈(44)을 보면 이런 생각들이 딱 들어맞는다. 1986년 영화 ‘깜보’(이황림 감독)로 데뷔한 뒤 2010년 현재까지 쉼없이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외도라 할 수 있는 것은 1993년 방송된 SBS드라마 ‘머나먼 쏭바강’과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한 KBS2 토크쇼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 정도다. 이번에도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해운대’에서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역을 맡았던 그는 “극중 아무도 쓰나미가 오는 것을 믿어주지 않아 실제로도 정말 속이 답답했다”고 털어놓은 뒤 “이번 새 작품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휴먼 멜로영화를 찍어 속이 후련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새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김광식 감독)으로 돌아온 배우 박중훈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중훈.<br>이언탁기자 utl@seoul.co.kr
◇80년대 배우 박중훈이 ‘나이없는 배우’로 살아가는 법

박중훈은 박중훈일 뿐이다.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아버지라는 게 알려졌을 뿐이다. 덕분에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주연급 배우로 자리하고 있다. 2007년 가수 이루의 3집 앨범 뮤직비디오에선 배우 차예련과 20년 가까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애절한 멜로연기를 펼쳤으며. 새 영화에선 17살 연하의 정유미와 연인으로 코믹 멜로 연기를 했다.

-이전이나 현재나 늘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제가 나름 ‘나이없는 배우’ 잖아요. 관객분들이 ‘박중훈은 박중훈이다’로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역할을 맡을 때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휴먼 액션 멜로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제대로 적역을 만났다고 할까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깡패같은 애인이 저예요. 하하하.

-트위터를 많이 하는 배우로도 꼽히시죠. 시류를 잘 따라가는 걸까요. 요즘은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득과 실은 없어요. 좋아서 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폐해가 생긴다면 그날 즉시 없앨 거예요. 예전에는 언론매체를 통해 여과된 제 의견이 알려졌지만. 트위터는 직접적으로 제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가 힘이자 권력이었지만. 트위터에는 우월적 지위가 없잖아요.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죠. 또 반응을 통해 ‘내가 이런 위치에 있구나’라고 공부도 하게되고요. 아마 이러한 점들 때문에 세월의 변화를 잘 캐치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웃음)

◇두 얼굴을 갖고 사는 박중훈은 다중이

아이들에 대해 묻자 박중훈의 얼굴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1남2녀를 둔 박중훈은 아이폰을 꺼내들더니 자신의 깊은 눈을 빼닮은 큰 아들과 귀여운 두 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곧 “배우와 아빠 두 삶을 오래 살아온 덕에 다중이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털어놨다.

-아이들 재롱에 기뻐하는 아빠 박중훈이죠?

어린이날에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 길거리 공연을 했는데. 가서 촬영도 하고 응원도 했어요. 배우로서 제가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가장’ 박중훈은 일반의 정상적인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정과 일의 두 가지 접점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고요. 16년이 지나고 보니까 두 가지 얼굴을 다 갖고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간혹 “내가 다중이가 돼버린걸까?”라는 생각을 해요.(웃음)

-작품을 하지 않는 시간은 어떻게 지내세요.

세상에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 지 몰라요. 운동하고. 신문. 책 읽는 것. 이 세가지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죠. 다큐멘터리도 좋아해서 찾아보고. 와인도 좋아하고요. 너무 해야할 일이 많아서 사실 쉬는 날에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바로 이럴 때 생각하는 것은 “산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예요.

◇스크린의 배우에서 감독으로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박중훈은 또 한편의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반기 개봉예정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임권택 감독)다. 올해는 유난히 촬영으로 숨 돌릴 틈없이 지냈고. 트위터 시사회를 여는 등 열심히 자신의 또 다른 인생 필모그래피를 만들고있는 그는 “내년에는 내 얘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소망을 밝혔다. 바로 배우 박중훈의 감독 도전이다.

-20여년 이상 활동을 해오면서 감독에 대한 생각은 꾸준히 해왔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감독을)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마 최근 1년 사이인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 나이 마흔 다섯이잖아요. 사람이 일정 나이가 들면 견고해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철학도 생기고요.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생겼거든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내년 쯤에는 감독도전을 하지 않을 까 싶어요.

-어떤 얘기를 할지에 대해 들을 수 있을 까요. 또 배우 캐스팅도 궁금한데요.

결국에는 사랑얘기인 것 같아요. 제가 감독인 만큼. 배우로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고요.(웃음) 배우는 당연히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겠죠. 더불어 릴렉스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조바심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것 처럼요. 무엇보다 갖고 있는 생각이 멋있는 배우면 더욱 좋겠죠?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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