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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변심… 소속사·가수 불신고리 끊어라

갈등을 빚었던 걸 그룹 카라 3인(한승연, 정니콜, 강지영)과 소속사 DSP미디어가 당분간 5인 체제를 유지하기로 지난 27일 극적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해체 위기는 한 고비 넘겼다. 이에 따라 카라가 주연을 맡은 일본 드라마 ‘우라카라’도 예정대로 촬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남은 상처와 후유증은 상당하다.
동방신기


니혼·아사히·후지 TV 등 일본 언론은 카라가 일본의 케이-팝(K-POP) 열풍을 이끈 주역이라는 점 등을 들어 ‘한류 영향력 시들해지나’ ‘한국 연예기획사 무슨 문제 있나’ 등의 부정적인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남성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에 이어 카라까지 계약 분쟁을 겪자 사업 파트너로서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일본 내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뿐 아니라 K-POP 열풍이 불고 있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동방신기, 카라 사태가 쟁점화되면서 한국 연예인의 전속계약 자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방신기·카라 사태가 당장 K-POP 열풍 및 수입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K-POP 활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동방신기와 카라 사태로 향후 한국 가수들의 외국 진출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동방신기와 카라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아시아권 미디어 관계자 및 투자자들에게 한국 가수 및 연예기획사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특히 일본처럼 연예 사업 역사가 길고 틀이 잘 잡혀 있는 나라에서 볼 때 한국 가요계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단순히 가수 그룹 팀 하나가 해체되는 문제를 떠나 K-POP 열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카라와 동방신기 사태가 장기적으로 K-POP 공급 및 투자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K-POP 위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외국에서는 한국 가요 비즈니스를 주먹구구식으로 본다.”면서 “K-POP 열풍 자체가 거품이 많고, 체계화됐다기보다 이미지 위주로 선도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가수들에 대한 투자를 더욱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POP의 해외 투자 활로가 좁아지면서 자연적으로 K-POP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다른 국내 가수까지도 이번 카라 사태로 극심한 피해와 곤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카라·동방신기 사태를 한국 가요사업에 대한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아시아 한류를 선도하는 아이돌 사업이라는 게 얼마나 이전투구판인지를 이번 사태를 통해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한국 가요 수출 사업의 내부가 음악,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고민보다 머니게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한류니 K-POP이니 하는 엄청난 문구들의 본질적인 측면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연예기획사와 소속 가수들 간에 뿌리 깊은 노예계약과 불신의 고리를 끊는 것이 원론적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은식 평론가는 “계약사항과 관련해 연예기획사와 소속가수 간 갈등은 고질적”이라면서 “1차적으로 소속사가 가수와의 계약을 보다 합리적으로 맺는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있고, 가수들도 속칭 뜨기 전과 뜨고난 뒤 입장을 달리할 게 아니라 애초부터 불합리한 계약을 하지 않는 대범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라 사태 이후 일본 네티즌들은 각종 포털 게시판에 “한국 연예인들은 인기가 조금 있으면 바로 분쟁이 시작된다.”, “한국 소속사는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매번 트러블만 생기는지 모르겠다.”는 등 한국 연예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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