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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감독이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한 사람이란 뜻)란 이름을 끌어들인 것은 일종의 복선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준 선지자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고 밤에는 다시 회복되는 끝없는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제우스가 복수를 위해 보낸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아내로 취한 탓에 훗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제목부터가 스포일러인 셈.
‘에일리언’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 여부에 대한 논란은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스콧 감독은 “‘에일리언’과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전혀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의 전작에서 본 듯한 캐릭터와 장면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신념 강한 여과학자 엘리자베스(노미 라파스)나 의뭉스러운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은 ‘에일리언’의 여전사 리플리, 인조 인간 비숍과 겹쳐진다. 우주선을 띄운 진짜 목적이 거대 기업의 꿍꿍이였다는 설정도 비슷하다.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존재론적 의문, 자아를 갖게 된 피조물의 저항은 복제 인간 반란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 ‘블레이드 러너’와 궤를 같이한다.
스콧 감독이 30년 새 진일보한 기술과 1억 3000만 달러(1533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자신의 오랜 화두를 재해석(혹은 재활용)했다는 생각을 지워내기란 쉽지 않다. 진화론과 (신이 아닌 외계인에 의한) 창조론 등 인류 기원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뾰족한 답이 있을 리 없다. “아직도 해답을 찾고 있다.”는 허무한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74%로 집계했다. ‘어벤져스’(93%)보단 낮고 ‘맨 인 블랙 3’(68%)보단 높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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