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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꼭 해야 돼?’라는 걸 수위 안심시켰죠”

“키스신 말고 더 있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장동건은 신작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처음으로 베드신을 찍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2일 영화 시사회 뒤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속 베드신에 대한 질문에 수줍어하며 이렇게 답했다.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한국 대표 미남 배우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그간 베드신이 나올 만한 멜로 영화를 찍은 적이 없었다.

장동건
’마이웨이’(2011), ‘워리어스웨이’(2010), ‘태풍’(2005), ‘무극’(2005),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 죄다 전쟁이나 액션 영화였다.

그나마 멜로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내인 고소영과 찍은 ‘연풍연가’(1998) 정도였지만 거기에도 키스신보다 더한 장면은 없었다.

”수위 부분은 애초에 뭘 정해놓진 않았어요. 영화를 찍어가면서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에 맞는 것들을 생각해서 하다보니 수위는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어찌됐든 중국 관객이 첫 번째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거기에 맞는 수위 조절이 된 것 같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아내 고소영은 뭐라고 했을까.

”’꼭 해야 돼?’ 이랬어요. 그래서 제가 ‘허진호 감독님이 하시잖아’라면서 수위에 대한 안심을 시켰죠(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더 신경쓰였던 것은 아이였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아이가 좀 신경쓰일 때가 많아요.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베드신)을 촬영할 때에는 순간적으로 ‘애가 나중에 이 영화를 볼텐데’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한국과 중국의 합작 영화다. 중국 측 회사의 자본이 100% 들어갔고 영화도 전부 중국에서 찍었으며 장동건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는 모두 중국인이다. 대신 한국의 대표적인 멜로 영화 감독인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과 촬영, 조명, 편집, 음악 등 주요 스태프로 한국 측이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 자본으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놓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사는 100% 중국어다. 장동건은 그 많은 중국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야 했다. 중국에서 개봉된 버전은 중국인 성우가 새로 녹음해 입히긴 했지만 장동건이 한국말로 했다면 입모양이 잘 맞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제의를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중국어로 다 해야 한다고 들었으면 자신이 없었을 거예요. 감독님이 한국어로 하고 나중에 더빙을 입히면 되다고 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시작했죠. 그런데 하루 이틀 중국어를 외워서 하다보니 개인적으로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한국어로 해봤더니 더 어색한 거예요. 그래서 중국어로 하기로 하고 밤새워서 외워오고 그랬는데 중간에 대본이 바뀌기도 하고 그래서 힘들었죠. 그래도 하다보니 집중력이 생겨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걸 다 어떻게 외웠는지…잠깐 ‘그분’이 왔다가신 거 같아요(웃음).”

영화 ‘위험한 관계’의 내용은 국내 관객들에게는 배용준 주연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프랑스의 18세기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했다. 세기의 바람둥이 남자가 그의 애인이자 그에 못지않은 팜므파탈 여자와 내기를 벌인다. 남자가 조신한 과부를 유혹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게임이다.

장동건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과는 또 다르게 능수능란하고 뻔뻔한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범적이고 바른 이미지와는 다른 ‘나쁜놈’ 역할이다. 그는 왜 이 시나리오를 집어들었을까.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저의 상태가 스스로에게 싫증이 많이 나 있었을 때였어요. ‘마이웨이’란 대작을 10개월 가까이 했는데 그런 작품을 하고 나면 한편으로 결핍감 같은 게 생기거든요. 대작 영화는 남녀노소가 많이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해서 그런 주인공을 하게 되면 보편적인 감성이나 연기를 따라가게 되는 게 많죠. 그래서 디테일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역할에 목이 말라있는 상태였어요. 이번 작품이 저의 그런 필요에 부합이 잘 됐고 원작이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또 그런 걸 허진호 감독님이 한다고 하니까 뭔가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죠.”

대중이 본 것은 ‘신사의 품격’이 먼저지만, 촬영 순서는 ‘위험한 관계’가 먼저였다.

”관객 분들은 ‘신품’을 보고 영화를 보니까 신선함이 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신품’의 연기에 징검다리 역할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일종의 슬럼프를 지나온 그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반듯하고 착하고 그래야 될 것 같고 그런 게 깨지는 게 두렵기도 하고 지키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와선 이런 게 저에게 짐이 되고 좀 옭아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간 이걸 깨야 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죠. 이제는 작품의 외적인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제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고 다음에 뭘하게 될지 스스로 기대됩니다.”

’미남 배우’란 태생적인 꼬리표에 대해서도 덜 의식하게 됐다고 했다.

”한때는 치기 어린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외모나 이런 걸 배제한 캐릭터를 일부러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지나고 나니까 왜 좀 더 외적으로 좋을 때 왜 안했을까, 좀더 싱싱할 때 왜 안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뭐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연기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거고 오히려 그걸(외모를) 이용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요.”

그가 차린 연예기획사 ㈜에이엠이엔티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되며 회사 규모를 한층 불린 배경을 묻자 그는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어느 한 집단이 거대하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단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요즘 많이 변화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회사의 경우도 그동안 내가 후배들의 울타리가 됐다면 이제는 그 후배들이 내가 울타리가 돼주기엔 버거울 만큼 많이 성장했고 더 큰 것이 그 친구들에게 필요하고 나에게도 더 큰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오너인 이수만 회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향후 비전이 마음에 들었고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배들과 충분히 상의한 끝에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 비전에 대해 묻자 그는 향후 연기뿐 아니라 영화 제작과 연출에도 뛰어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요즘 제 다음의 단계를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안성기 선배님처럼 노배우가 될 때까지 배우로서 충실한 것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배우를 하다가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못하게 됐을 때 그때는 스스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질 것 같아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로버트 레드포드, 조지 클루니 같은 배우들처럼요. 구체적으로 진행한 것은 없지만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 지금의 조합(SM과의 합병)이 도움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그동안은 촬영 현장에서 내 역할을 추스르기도 어려웠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과 작품 전반에 걸친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자연스레 연출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아직은 그냥 마음속에 있는 거지만 언젠가 그런 시기가 오겠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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