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출간간담회에서 개그맨 김준호는 “표절 문제는 아직 상도덕의 문제라 양해를 구하는 수준”이라며 “이번에는 (표절 대상자로 지목된) 일본 개그맨들이 우리 코너를 인정해줬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행어 같은 저작권은 아직 관리할 방법이 없어 표절이 상도덕의 문제에 머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준호는 이어 “새 아이디어인 줄 알고 냈는데 나도 모르게 기억한 남의 아이디어인 적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표절 시비까지 나오면 ‘멘붕’이다”라며 “이번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문제가 된다면 그쪽 개그맨에게 양해를 구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등 좋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표절 시비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건달의 조건’은 지난 17일 첫 방송 후 일본 개그 콤비 카오카오의 ‘야쿠자 부자’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개콘’ 측은 표절은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최효종 역시 “’건달의 조건’ 멤버들과 친한 데 회의를 열심히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방송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걱정되는 것은 유튜브나 UCC가 발달하다 보니 우리가 베끼지 않았는데 의혹으로 베낀 게 돼버리면 아이디어를 짜는 데 제한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김원효는 “아이디어를 짜다 보면 선후배 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 경우 잘 합해서 방송에 내보낸다”라며 “이런 논란을 좋은 관심이라 생각하고 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들 외에 박성호와 신보라가 참여했다.
이들 5명은 최근 인터뷰집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를 내놓았다. 인터뷰는 웹진 ‘텐아시아’ 출신 위근우 씨가 진행했다.
이들은 작년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개그 철학과 일상, 개그 창작 과정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박성호는 “개그맨은 각자 웃음을 추구하는 방식과 철학이 다른데 각자의 개성을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자평했다.
김원효는 “신보라는 신인, 박성호와 김준호 씨는 ‘개콘’ 초기 멤버, 나와 최효종 씨는 중간기수를 아우르는 대표가 아닌가 싶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최효종은 “개그가 고혈과 노력 끝에 나오는 이야기란 점이 담겨 있다”며 “이 책을 읽고 나면 개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관점에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각자 개성과 경험이 다른 만큼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서로 달랐다.
김준호는 “우리가 노력하는 것에 비해 ‘개콘’ 이외 공개 코미디나 시사 콩트 UCC 등 다른 콘텐츠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지원이 없으면 콘텐츠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여러 가지 방향으로 했는데 잘 표현이 안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효종은 “내가 개그를 할 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며 “내가 하는 내용이 좀 무거워서 ‘뭘 알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 밝혔다.
김원효는 “내 웃음의 철학인 ‘솔선수범’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며 “내가 먼저 웃어야 남을 웃길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음가짐을 밝게 가져야 여러분께 다가가기가 쉽고, 여러분이 받아들이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청자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준호는 “한 코너를 내리면 개그맨은 직장을 잃게 된다”며 “우리는 최대한 열심히 해서 코너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욕을 하는 분들을 보면 씁쓸하지만 끝까지 박수해 주면 떠날 때도 기분이 좋다”고 시청자의 지속적인 응원을 당부했다.
김원효는 “소재가 점점 줄어드는 데 제약이 많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할 게 없어질 것 같다”며 “하나의 소재를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담. 296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