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대로의 자신을 편하게 드러냈더니 비로소 대중이 자신을 바라봐주기 시작한 경우라면 어떨까. 한 사람의 개성과 대중의 바람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무척 행복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매력을 뽐내고 있는 가수 겸 배우 홍진영(29)의 이야기다.
최근 종로에서 만난 그는 노래 ‘사랑의 배터리’(2009) 시절에 이어 찾아온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소감을 묻자 “아니다. 이제 첫 전성기가 오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물론 일정상 많이 바빠진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조금 힘든 면도 있죠. 하지만 항상 (활동에) 목마르니까요.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괜찮아요. 또 제가 건강식품도 많이 챙겨먹어요.(웃음)”
2007년 걸그룹 멤버로 데뷔한 홍진영은 솔로 데뷔곡 ‘사랑의 배터리’로 대중에게 널리 이름을 알렸다.
이후 트로트 가수 활동과 함께 드라마와 예능에 출연하며 영역을 넓힌 그는 작년 6월 MBC 예능 ‘라디오 스타’에서의 활약으로 화제를 낳은 뒤 ‘애교’와 ‘솔직함’을 무기로 지붕 없는 인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거 방송에서 열 시간 동안 말 한마디 못하던 때도 있었죠. ‘입만 열면 깬다’고 해서요. 그런데 ‘라스’에 처음 나갔을 때 친한 분들과 함께해 자리가 편했어요. 그래서 수다 떨듯 방송하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때 방송은 편하게 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고 나를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이어 “앞과 뒤가 똑같은 사람이고 싶다. 솔직한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며 “내 성격대로 방송을 하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장 진실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홍진영이 현재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해도 MBC ‘우리 결혼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퀴즈’, 엠넷 ‘트로트 엑스’가 있고, 최근까지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도 활약했다. 단발성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틀면 나온다’라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우결’은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궁)민이 오빠도 그렇고, 서로 꾸미지 않으려 노력해요. 최대한 평소랑 똑같이 하자고 다짐하죠. ‘트로트 엑스’는 도전하시는 분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매번 울컥울컥해요. 마음으로 울죠. 저도 무명생활이 길었던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최근 그가 무역학 박사 학위 소지자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가볍고 발랄한 그의 기존 이미지와 다소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의 학업에 얽힌 사연을 들으니 이 이미지가 ‘편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 중 ‘틀리다’라는 문맥상 맞지 않는 표현을 곧바로 ‘다르다’로 바로잡는 섬세함까지 의외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를 안 했어요. 즐거운 학창생활이었죠.(웃음) 턱걸이로 대학에 들어간 뒤 가수를 너무 하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1학년 1, 2학기 장학금을 받으면 서울로 보내주겠다고 하셨죠. 그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오기와 집념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게 됐네요.”
그는 이어 “공부를 하다 보니 매니지먼트도 충분히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구체화하며 석·박사 논문의 주제가 됐다”면서 “언젠가 직접 종합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고 싶다.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꿈이 구체화되어 간다”는 장기적인 목표까지 공개했다.
대중은 그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애교와 솔직함을 꼽는다. 큰 웃음과 독특한 콧소리는 어느 무대에서나 그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무기다. 그러고 보니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차가운 이미지라고 하시는데 친한 사람들은 제가 편안하다는 걸 알아요.(웃음) 그런 편안함이 큰 장점 아닐까요. 해맑게 웃는 모습도 매력일 수 있겠네요. 제가 웃으면 같이 있는 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거 말고 특출나게 예쁜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아 입술은 좀 예쁘지 않나요?(웃음)”
방송 일정으로 가수 활동이 잠시 뜸했지만 최근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곡인 ‘내 나이가 어때서’를 발표했다. 홍진영은 “음반을 1년에 한 번 내는 것 같다. 목소리와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도 계시는 만큼 음악도 계속 열심히 해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가사와 제목을 받았을 때 유치해서 울고 말았다는 트로트곡 ‘사랑의 배터리’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소중한 존재다. 트로트의 의미를 묻자 ‘부르는 사람의 내면을 변하게 만든 음악’이라는 대답이 인상적이다.
”제 삶을 바꿔준 장르죠. 좀 더 철들게 한 장르에요. 그룹을 할 때까지만 해도 철이 많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웃음) 트로트가 저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꾸미지 않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끊임없이 새로움이 묻어나는 것을 보면 팬들이 앞으로 그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음악은 물론 놓지 않을 것이고 방송 활동 영역도 넓혀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 친근하고 편안한 방송인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어요. 가식적으로 활동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게요.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