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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화되는 아이돌 시장

아이돌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강한 자본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간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 시장에도 ‘수저 계급론’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반란을 꿈꾸는 ‘흙수저’ 중소 기획사들의 고군분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연습생이 경쟁을 펼치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101’.<br>엠넷 제공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101’을 보면 이런 명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내 46개 기획사의 연습생 101명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에는 SM, YG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은 나오지 않는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자사의 신인 개발 노하우 등 이들을 띄울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방송사와 손잡고 신인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YG가 엠넷과 손잡고 방영한 ‘윈’과 ‘믹스 앤 매치’나 JYP의 ‘식스틴’이 대표적이다.

반면 ‘프로듀스 101’이 서열화, 상품화 등의 논란을 일으키는데도 거대 기획사와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중소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방송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최종 11명에 발탁될 경우 1년간 엠넷에서 위탁한 소속사의 걸그룹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에 자사 연습생을 대거 출연시킨 한 기획사의 홍보팀장은 “신인을 띄우는 데 몇 억, 몇십 억원이 드는데 떨어지더라도 카메라에 얼굴이 한 번이라도 잡히는 게 유리하다”면서 “연습생들에게 힘들어도 버티라고는 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많이 등장하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기획사 간 인지도 경쟁은 있다. 엠넷 ‘식스틴’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JYP의 전소미나 과거 SM 출신의 허찬미, 이미 걸그룹 ‘다이아’로 데뷔했던 MBK의 기희현 등은 이미 인지도가 있다. 다소 불리할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워낙 걸그룹은 팬덤을 만들기가 어려운 데다 신인 홍보용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에도 최소 5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현실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형 기획사들에는 뿌리칠 수 없는 선택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는 미완성의 연습생을 노출하는 것이 자사 이미지에 타격이고 유명 기획사도 데뷔를 앞둔 에이스들은 출연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돈도 빽도 없는 중소 회사들은 거액이 드는 보컬과 안무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고 화제가 되면 인지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300여명의 국내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한 MBC 설특집 ‘2016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br>MBC 제공
지난 설 연휴에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를 비롯해 SBS ‘사장님이 보고 있다’, KBS ‘본분 금메달’ 등 아이돌을 등장시킨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이 음원이나 앨범 판매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지만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 방송사의 제의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설 특집에 자사 신인 아이돌 그룹을 출연시킨 한 중소 기획사 이사는 “부상 등의 부담이 컸지만 가요 순위 프로그램 PD가 제작하는 경우는 출연 제약 등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컴백을 앞두고 한 멤버가 ‘아육대’에 출연했다가 부상을 당해 함께 활동을 하지 못했던 남성 아이돌 그룹 소속사 실장은 “부상을 당해도 외부에 알리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이번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연 제의에 응했다”고 말했다. SBS ‘사장님이 보고 있다’에 출연한 걸그룹 ‘라붐’의 소속사 NH EMG 김명훈 사장은 “신인 그룹을 띄우기 위해 머리에 띠를 두르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신인 때는 그런 과정 없이는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예능의 경우도 스타를 보유한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은 정규 프로그램 패널로 들어가지만 중소 기획사의 경우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파일럿 프로그램 출연이 많다. 최근 신인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연예 기획사 이사는 “예능 출연도 쉽지 않은 것이 중소 기획사들의 현실”이라면서 “제작비는 점점 상승하고 신인 아이돌 그룹은 1년에 10억~20억원 까먹는 것이 다반사인 현실 속에서 아이돌 시장은 결국 자본의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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